앞선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샤또 피작과 끌로 푸르테, 다음 칼럼에서 소개해드릴 샤또 보세주르-베코가 이전 쌩떼밀리옹 와인의 등급평가에 이어 2012년 등급조정에서도 여전히 선정된 1급B(14개)에, 아래 등급인 그랑 크뤼 클라세를 거치지도 않고 덜컥 한 자리를 차지한 신생 와인너리가 있습니다. 1991년부터 와인을 생산한 샤또 발랑드로(Valandraud)입니다.

샤또 발랑드로는 프랑스의 옛 식민지인 알제리에서 태어난 장-뤽 뛰느뱅(Jean-Luc Thunevin)이 은행원 생활을 정리하고 정착한 아내의 고향 쌩떼밀리옹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와인을 접하면서 와인도매상을 거쳐, 1989년 0.6 ha의 포도밭을 인수하면서 시작됩니다. 계곡(Val)을 뜻하는 지역명 이니셜에 1459년부터 쌩떼밀리옹 지역에 이어져온 아내의 가문명(Andraud)을 붙여서 샤또 이름을 지었습니다.

정규 와인 교육을 받지 않은 뛰느뱅은 와인 저장고와 셀러도 없기에 차고(가라쥬, garage)에서, 자신이 만족할만한 소량의 와인을 원하는대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전통적인 양조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떼루아와 인간의 노력을 조화시킨 특급 와이너리의 고비용 양조방식을 택하여 와인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고품질 와인을 생산해냅니다.

포도나무 1그루당 포도송이를 제한하여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필터링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입하여 최상의 가라쥬 와인을 출시했습니다. 로버트 파커로부터 2번째 빈티지인 1992 와인은 샤또 오존보다, 1994빈티지는 샤또 페트뤼스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아 미국의 컬트 와인과 이탤리의 슈퍼 투스칸 수준의 대접을 받게 됩니다.

현재는 약 9ha에 달하는 규모로 포도원을 확대하여 연간 3만5000병 정도의 샤또 발랑드로를 공급하기에, 희소성이 덜해져서 한국에서 백만원에 달하던 가격도 1/4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지난 주 17일에 진행된 클래식와인의 정모에서도 회원들의 약간의 추가적인 부담으로, 샤또 발랑드로 2012를 딸(Virginie) 헌정 세컨 와인인 비르지니 드 발랑드로 2012와 같이 비교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로버트 파커는 `관습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방식으로 성공한 고집스런 괴짜이자 천재`로 장-뤽 뛰느뱅을 평가하며, 뛰느뱅에게 `Bad Boy`, `검은 양`이란 별명을 붙여줍니다. 보르도 전통 방식을 무시하고 마치 `사고치는 아이` 같다는 의미입니다. 샤또 발랑드로는 `배드 보이` 별명을 활용하여 다양한 보급형 와인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배드 보이(보르도), 배드 보이 골드(루씨옹), 베이비 배드 보이(뱅드프랑스), 베드 걸(보르도 크레망) 등인데, 각각의 와인 레이블을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배드 보이` 레이블에는 검은 양이 가라쥬 표지판에 팔을 기대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마치 전통만을 고수하는 보르도 샤또들과는 차별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인(Murielle) 헌정 와인인 `배드 걸`의 레이블에는 하얀 양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붉은 양 한마리만 반대 방향을 향해 있습니다. 뛰느뱅에 의하면, `배드 보이` 소비자에게 매우 인기가 있는데 왜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은없냐며 뮤리엘이 레이블 디자인 컨셉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샤또 발랑드로는 "어제의 가라쥬 와인에서, 현재는 쌩떼밀리옹 1급B인데, 미래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데, 마치 샤또 무똥 로칠드가 1등급으로 승급되면서 했던 "어제는 2등급, 오늘은 1등급, 무똥은 영원하다" 문구와 대비됩니다. 샤또 슈발블랑과 샤또 오존의 자리(1급A)가 목표인 것입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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