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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모두가 똑같으면 행복할까?

2019-04-25기사 편집 2019-04-25 08: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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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네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동네에선 모든 사람이 아주 작은 소리도 민감하게 잘 들을 수 있다. 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어떤 장면을 한번 보면 그 내용을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생생하게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지 않고 텍스트로만 간단히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만약 이런 곳에서 평범한 모습의 내가 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곳에서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실제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독일의 IT분야 컨설팅 전문기업 '어티콘(Auticon)'은 200여명 직원 중 150명 이상이 자폐성 장애인이다. 그 회사에서는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소수이고 자폐성 장애인들이 주류인 셈이다. 업무용 소프트웨어 업계 점유율 세계 1위의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 'SAP'도 자폐성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자폐성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자선'이 아니라 '수익의 향상'을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중에는 언뜻 보기엔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고기능 자폐 엔지니어들이 많이 있다.

자폐성 장애는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도 한다. 사회적 의사소통, 인지, 감각, 행동적인 면에서 그 기능의 범위가 매우 폭넓고 다양하기에 스펙트럼이라 표현한다. 자폐성 장애인 중에는 평생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인류의 역사에서 뛰어난 사람들도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자폐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알버트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빈센트 반 고흐 등과 같은 사람들이다.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은 부족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는 놀라운 집중력과 능력을 발휘한 이러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인류의 모습이 지금과 같을까? 사회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서는 통념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디어 표현이 자유롭고, 여론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에서 살짝 벗어난 사람들의 독창적인 시각을 통해, 또한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 이들의 노력도 포함해 인류가 발전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장애특성으로 인한 기능의 부족 때문이 아니다.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 장애에 대한 지원의 부족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직장에서 행복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좀 더 편해질 수 있게 약간의 조정을 해줘야 한다.

앞서 언급한 IT분야 회사 '어티콘(Auticon)'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에 맞추어 직장의 소음 수준을 크게 낮추고, 원하는 경우 어두운 방에서 일할 수도 있게 한다. 반드시 정해진 점심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팀원과 구두로 의사소통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의사소통하게 하는 것 등의 작은 노력을 하고 있다. 즉 자폐성 장애인의 감각 특성과 행동 패턴을 파악해 그에 맞추어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지원을 통해 우리가,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매우 크다. 우선,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풍부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언어능력과 인지능력 등이 크게 떨어져서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에겐 적합한 지원이 제공될 수 있다. 장애인이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자기 역할을 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의 다양성이 존중받게 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누구든, 어떤 부분에서 평균을 벗어나더라도 사회에 따뜻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것을 먹고, 똑같은 음악을 듣고, 똑같은 생각을 하며, 똑같은 능력으로 일하는 세상이 있다면, 그런 세상은 얼마나 끔찍할까? 장애인을 비장애의 틀 안에 끼워 맞추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한 색깔을 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서 동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모두가 좀 더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전혜인 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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