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

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
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
마츠바 토미 지음/ 김민정 옮김/ 단추/ 184쪽/ 1만 2000원

"옛 것을 살려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더 하는 삶이 도시 재생이다."

대전 중구와 동구 원도심. 한 때 도심으로 생기가 돌았던 오래된 마을은, 어느 새 빈집들만 늘어서있다. 유리창은 깨져있고 다 떨어져 일부만 남은 커튼이 바람에 나부낀다. 한산하다 못해 황량하다.

지난 해 12월 성심당의 주최로 70대 할머니가 대전을 찾았다. 주인공은 마츠바 토미(70). `도시 재생`을 떠올리면 연결되는 그 이름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 재생의 도시, 오모리 마을에 숨을 불어넣은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도시를 되살린 사례가 아니었다.

한 사회에서 문화와 경제 주류에서 소외됐던 마을이 살아나면서 사라졌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을을 살리는 건,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다. 사회도 달라졌다. 온기의 힘이 가져온 마을의 변화는 또다른 사회로 뻗어나간다.

토미는 "마을 살리기나 관광을 일상과 별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무엇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도시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좋은 가게를 만들고 삶을 디자인하면서 재생된다"고 말했다. 토미의 이러한 도시 재생 철학은 대전 원도심의 재생과도 맞닿아있다.

이 책은 한 사회의 문화와 경제 주류에서 소외됐던 오모리 마을이 군겐도를 통해 어떻게 되살아났는지 그 과정을 담았다.

토미는 일본에서 군겐도(群言堂)라는 소품, 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운영하며 인구 500명의 쇠락해가던 폐광마을을 되살렸다.

일본 오모리마을 이와미 은광은 에도 시대까지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했을 정도로 일본 최대 은광이었다. 전성기에는 인구가 20만 명 가까이 됐던 오모리 마을은 광산이 폐쇄되면서 겨우 500명이 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이 됐다.

존폐위기에 있던 작은 마을은 이제는 도시의 젊은이들이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됐다. 중심에는 오모리 마을 사람들과 `군겐도`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는 의미의 군겐도에서는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이른 봄이면 마을 가득 피어나는 매화에서 효모를 추출해 화장품을 만든다. 옷을 짓기 위한 소재부터 일본의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한다. 도시의 신속하고 매끈한 삶만이 정답은 아니다. 옛 방식의 삶은 불편하지만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고민하는 저자의 삶은 다른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군겐도는 상품을 만든다기 보다는 삶을 디자인한다. 한 사람의 삶은 여러 사람의 삶으로 번져갔다.

토미는 전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사업이 잘된다면 그것 자체가 마을 살리기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생활하는 사람들이어야한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고 즐겁고 매력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모여든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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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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