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에 필자가 설계한 단독주택을 건축주가 풍수지리 전문가인 지인에게 최종 단계에서 자문을 구한적이 있다. 다행이도 풍수지리학적으로 지적을 받은 부분이 없었다. 그 당시 풍수지리 전문가가 설명했던 부분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계획 시 분석한 대지 조건의 장단점을 잘 반영하고 보완하려 했던 의도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일맥상통했던 것 같다.
풍수지리라는 학문도 조상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경험한 결과가 축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이 많고 농경지가 적은 국토의 지리적 특성상 산자락에 집을 앉히고 평지에는 농경지를 확보하려 했을 것이다. 산자락이면 당연히 북쪽의 찬 바람을 막고 남향을 취하기 위해 산을 집의 북쪽에 두려 했을 것이고 집 앞에 물이 흐르면 여러 가지로 물을 이용하기에 편리했을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배산임수이다. 풍수지리도 초기에는 이처럼 땅을 잘 읽어내어 그것을 실생활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에서 시작했음이 틀림없다. 그 후에 여기에 인간의 길흉화복이 연결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지 조건을 잘 반영한 건축물은 풍수지리에 기본적으로 잘 맞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햇빛 잘 들어 춥지 않고 통풍 잘되고 소음 없는 전망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일 수 밖에 없고, 바라던 좋은 환경에서 살면 건강하고 화목한 삶에 가까이 갈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클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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