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의뢰가 들어오면 기본설계를 하기 전 대지를 방문해 분석한다. 필자의 경우는 제일 먼저 향을 본다. 두 번째로는 대지의 높낮이를 확인하고, 세 번째로는 주변을 향한 조망을 확인한다. 이 외에 소음도 체크 하고 전신주, 가로등의 위치, 주변 건물이 있을 경우는 서로 간의 간섭여부도 확인을 한다. 대지분석이 끝나면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계를 진행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먼저 향이 잘 드는 남쪽으로 마당을 두고 창을 크게 내어 빛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계획을 하고 북쪽으로는 화장실이나 창고 등 서비스시설을 배치해 북쪽의 찬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한다. 물론 창을 낼 때는 햇빛뿐만 아니라 조망과 프라이버시도 함께 고려한다. 창의 적절한 크기, 위치, 모양,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에 덧붙여 시간을 많이 할애해 집으로 들어가는 주 출입구의 위치와 방식을 고민한다. 대문과 현관의 위치에 따라 집 내부의 공간구성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조성된 주택단지들은 담장을 낮은 생울타리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택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경우는 대문이 따로 없이 현관문이 대문 역할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계획 시에 충분한 고민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처럼 건물 한 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지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

물론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에 필자가 설계한 단독주택을 건축주가 풍수지리 전문가인 지인에게 최종 단계에서 자문을 구한적이 있다. 다행이도 풍수지리학적으로 지적을 받은 부분이 없었다. 그 당시 풍수지리 전문가가 설명했던 부분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계획 시 분석한 대지 조건의 장단점을 잘 반영하고 보완하려 했던 의도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일맥상통했던 것 같다.

풍수지리라는 학문도 조상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경험한 결과가 축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이 많고 농경지가 적은 국토의 지리적 특성상 산자락에 집을 앉히고 평지에는 농경지를 확보하려 했을 것이다. 산자락이면 당연히 북쪽의 찬 바람을 막고 남향을 취하기 위해 산을 집의 북쪽에 두려 했을 것이고 집 앞에 물이 흐르면 여러 가지로 물을 이용하기에 편리했을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배산임수이다. 풍수지리도 초기에는 이처럼 땅을 잘 읽어내어 그것을 실생활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에서 시작했음이 틀림없다. 그 후에 여기에 인간의 길흉화복이 연결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지 조건을 잘 반영한 건축물은 풍수지리에 기본적으로 잘 맞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햇빛 잘 들어 춥지 않고 통풍 잘되고 소음 없는 전망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일 수 밖에 없고, 바라던 좋은 환경에서 살면 건강하고 화목한 삶에 가까이 갈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클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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