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 확진, 타 지역과 달리 집단 발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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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말 그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달 지역의 한 소아전문병원에서 시작된 홍역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봄철 독감환자도 급격히 늘면서 시민들의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23일 기준 대전 홍역 확진자는 총 21명이다. 대전시가 감염병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인접 세종, 충남, 충북은 홍역 사태가 잠잠한 반면 유독 대전에 확진자가 많은 이유는 뭘까. 시는 `최초 감염지의 특수성`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최초 확진자가 나온 병원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성구 소재 한 소아전문병원이 연결고리다. 확진자 대다수가 이 병원에서 나왔다. 이 병원에서 감기증상으로 치료를 받던 생후 7개월 된 여자아이가 홍역 의심 증상으로 대학병원에 이송돼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같은 병원에서 외래진료 또는 입원치료를 받던 생후 5개월-5세 영유아가 연이어 홍역에 감염됐다. 자녀의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았던 부모들과 의료진 등도 연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파른 확산 속도에 소아전문병원이라는 매개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의료계는 분석하고 있다. 홍역 백신(MMR: 홍역, 유행성이하선염)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접종이 이뤄진다. 해당 병원에는 백신 접종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만 1세 미만의 영유아가 집중돼 있다.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영유아는 홍역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 된다"며 "확진자가 특정 병원에 집중된 점도 이런 상황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홍역이 발생한 경기 안양의 경우 26명의 확진자가 특정 의료기관에서 집중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대전은 최초 발원지로 지목된 소아전문병원의 환자와 보호자에게 확진 증세가 집중됐다.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이 늦어 홍역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는 지난 5일(최초 확진자 발생 후 8일만)에서야 홍역 환자 발생을 인지했다. 이마저도 확진 일자를 지난달 28일이 아닌 이달 2일로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최초 확진자가 머무른 병원에서 다른 영유아와 보호자 등이 감염될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해 방치했고 접촉자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최초 확진자의 주소가 충남 공주인데 환자 또는 접촉자 현황이 공유되지 않은 점도 이번 사태를 키운 미흡점으로 꼽힌다.

시 관계자는 "최초 홍역 확진자는 베트남 여행 후 홍역 의심 증세를 보였다"며 "홍역이 잠복기가 긴 탓에 즉각 대응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집단 발병 사례가 지역에서 나온 만큼 후속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감 환자도 병원에 몰리고 있다. 지역의 한 병원 관계자는 "독감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를 따로 집계하진 않았지만 이달 들어 병원을 방문한 내원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철저한 개인 위생 관리를 당부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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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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