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부발전이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의 동의 조건으로 약속한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서천화력은 1000MW 규모로 건설 계획 당시인 2012년도 지역 발전 사업으로 동백정해수욕장 원형 복원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지 않더니 최근 100억 원 대로 사업을 대폭 축소해 약속 이행의 시늉만 내는 모양새다. 공기업의 지역민 우롱이 도를 넘었다.

중부발전이 서천군에 제출한 사업 계획안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시간도 많이 지체했으려니와 알맹이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호안구조물 철거와 해안선 복구, 4만㎡ 위에 1m 높이의 모래부설 등 총 114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 약속을 철석 같이 믿은 서천군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서천군이 별도의 자문용역을 통해 산출한 총사업비 규모와도 10배 넘는 차이가 있어 진정성에 의심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다.

30년 넘게 가동되다가 폐쇄된 서천화력 1, 2호 기에서 보듯 화력발전이 지역에 미치는 피해는 적지 않다. 미세먼지 같은 오염원 배출로 지역민들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졌던 게 사실이고, 화력발전지역자원시설세도 찔금 받아왔다. 중부발전이 신서천화력 건설을 앞두고 동백정해수욕장 복원 카드를 꺼낸 것은 주민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차원에서일 것이다. 사실 군민 삶이 피폐해지는 걸로 따지자면 그 어떤 보상으로도 대체 불가라는 걸 중부발전도 모르지 않을 터다.

동백정해수욕장은 일제 때 개장한 해수욕장으로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하얀 모래와 깨끗한 물로 유명했다. 서천화력에 자리를 내주면서 동백의 자태와 어우러진 낙조도 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훼손된 해수욕장을 원형 그대로 복원을 추진하는 첫 사례인 만큼 중부발전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신서천화력 공사를 서두를 게 아니라 군이 제시한 복원사업 이행 확약서를 조속히 제출하는 게 지역민들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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