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전 유성구의 한 공원 화장실에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라고 적힌 안내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21일 대전 유성구의 한 공원 화장실에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라고 적힌 안내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쾌적한 화장실 조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휴지통 없는 화장실`법이 시행됐지만 변기가 막히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민들은 해당 법 시행 여부조차 모르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17년 5월 개정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대변기 칸에는 휴지통을 비치하면 안 된다. 해당 법령은 화장실 휴지통 때문에 생기는 악취나 해충을 막고 화장실을 청결히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공중 화장실에서 휴지통이 사라진 지 1년이 넘었음에도 화장실은 쾌적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불쾌감으로 가득 찼다. 개정법 시행 이후 바닥에 쓰레기가 버려지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는 탓이다.

21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공원의 화장실 변기칸에는 휴지와 과자봉지가 널브러져 있어 이용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화장실 이용자 최모 씨는 "화장실에서 휴지통이 없어지도록 법이 바뀐 걸 몰랐다"며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들은 공중화장실에서 휴지통이 사라진 뒤 화장실 관리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에서 15개 공원의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한 청소노동자는 "휴지통이 사라진 뒤로 공원 화장실 변기칸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공원 화장실이 더럽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어쩔 때는 휴지통을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하소연했다.

공중화장실에서 휴지통이 사라진 뒤로 변기가 막히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의 한 지하철 청소노동자는 "전에 비해 이용객들이 변기칸에 이물질을 많이 버리는 탓에 변기가 자주 막혀 곤혹스럽다"며 "시민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공중화장실은 개정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성의 한 복합쇼핑몰은 규모 2000㎡ 이상의 근린생활시설이지만 화장실 변기칸에는 여전히 휴지통이 비치돼 있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따르면 규모가 2000㎡ 이상인 근린생활시설은 공중 화장실로 포함된다.

해당 복합쇼핑몰의 시설 관리자는 "우리도 휴지통을 없애려고 시도해봤으나 워낙 변기가 자주 막히는 탓에 도저히 없앨 엄두를 못 냈다"며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들의 애로사항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중화장실에서 일률적으로 휴지통이 사라지면서 각종 애로사항이 따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합동점검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결국은 해당 법이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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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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