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한국당 장외집회 '정치 실종'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이에 반발하는 제1야당의 장외집회가 벌어지는 등 정국이 난마처럼 꼬여있다. 4월 국회가 지난 8일부터 소집됐지만 여야의 정쟁으로 의사일정조차도 마련하지 못했다. 미세먼지와 포항 지진 및 강원 산불 피해,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안 제출이 예고되어 있지만 여야 대치로 불투명하다. 3월 국회에서 이월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민생경제법안 처리도 감감하다. 여기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안 패스트트랙이 복병처럼 자리잡고 있어 정국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출국길에서 주문한 여야정 협의체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개선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당부하면서 "여야 합의가 어려우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서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사안들을 해결하는 게 좋겠다"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여야가 끝장 대치하는 등 정치력이 실종된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여야정 협의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여야정 협의체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만나 정치현안을 논의하는 기구로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열렸다. 협의체는 분기마다 한 번씩 만남을 갖기로 했지만 이후 후속 회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귀국하는 23일 이후 행보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비록 문 대통령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꼭 집어 언급했지만 회동이 성사되면 인사문제에서부터 추경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의견 개진이 불가결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해법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으로 가는 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반발해 장외집회를 열고 대여투쟁을 선언한 마당에 선뜻 문 대통령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지난 1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갖고 다음 주 안으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져 한국당이 격앙되어 있는 상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공수처` 패스트트랙을 한다면 우리는 국회를 버려야 한다"며 국회 보이콧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와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퇴로 없이 팽팽하게 대치한 여야로서는 정국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통령이 나서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야정 협의체는 문 대통령 23일 귀국 후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형식을 빌어서 단초를 마련할 공산이 크다"며 "다음달 8일 여당 원내대표 경선이 끝난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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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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