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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하루빨리 돌아와야 할 도지사실

2019-04-18기사 편집 2019-04-18 08: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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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충남도청에 들렀다. 이제는 대전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는 건물이지만, 건물 뒤편의 평생교육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내왕이 많지 않은 공간이 그곳이다. 이제는 시청에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고, 그래서인지 일상에 바쁜 시민들의 마음도 따라서 멀어지는 상황이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오래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경우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그곳을 찾는 이유는, 오래된 건물이 뿜어내는 특유의 기운이 있고, 어쨌든 그곳을 지키면서 대전의 모든 시간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이 고마워서이다. 그곳 현관을 들어설 때면 알 수 없는 시간의 감각이 나를 무정형의 점액질로 만들어 놓는다. 아마 많은 사진을 찍고도 다시 또 휴대폰의 셔터를 누르는 것은 그 시간의 힘에 몸과 마음이 녹아들어가기 때문일 테다.

충남도청에서 대전시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공간은 충남도지사실이다. 그곳이야말로 대전의 시각적 명소인데, 그 2층 도지사실의 테라스에서 바라보게 되는 대전역 방향으로 난 직선 도로야말로 대전의 모든 역사를 끌어안고 있는 산 증인이다. 아마 그곳에서, 식민지시대의 도지사가 대전역을 바라보면서 지배자의 심리를 누렸을 테고, 해방 후의 온갖 정객들이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보면서 기쁨과 슬픔을 경험했을 것이다. 대전의 중앙로는 지금도 치욕과 환희의 기억 속에서 문득 빛나는 모습을 보이며 살아 있다. 원도심의 기운이 예전같지 않다고 해도 충남도청이 내뿜는 오랜 시간의 기운을 대체할만한 건물이나 공간은 대전의 이른바 신도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신도심은 겉만 화려하여 아무런 삶의 두께를 갖고 있지 않은 부박한 장소일 뿐이다.

오랜만에 들른 도청 건물의 대전 역사 전시관을 본 후 2층으로 올라간다. 아무리 보아도 충남도청의 1층 복도와 계단은 다른 어떤 근대건물의 모습에 비교해도 나무랄 데 없이 근사하다. 손에 스치는 돌 난간의 무게가 차갑게 상처 난 역사처럼 온몸에 전해 온다. 2층에서 보게 되는 도지사실의 출입문도, 비록 손님맞이를 위해 새로이 단장한 품이 역력하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의 이력을 촘촘히 내뿜고 있다. 그나마 짧은 역사 속에서 이런 장소나마 아직 유지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도지사실의 출입이 차단되어 있다. 이유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얼마전까지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답사하면서 대전의 식민지 경험을 주제로, 원도심 살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 출입이 금지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개방되었던 시민의 공간을 아무런 설명 없이 닫아버린 행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시정이라면,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시정이다. 더 많은 것을 시민에게 내주어도 부족할 판에 그나마 부족한 구도심의 시민 공간을 빼앗아간 형국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을 공개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렇지도 않다. 하루빨리 시민들에게 공간을 돌려놓아야 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내 기억으로는 아주 여러 차례 충남도청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아마,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비용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규정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대전시민들이 여론으로 따져 물을 일이다. 적폐란 그 귀중한 세금을 눈먼 돈 쯤으로 생각하여 성과 없이 써버리고도 아무런 책임감도 갖지 않는 태도 자체이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시민 공간을 차단해버린 대전시청의 처사는, 근대문화유산을 공적 자산으로 보존하지 못하고 개인에게 팔아버린 저간의 처사와 다를 게 하나 없다.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간을 닫아버린 처사도 마찬가지 사고의 결과물이다. 이 사고에 기반을 둔 시정이 대전의 모든 역사를 송두리째 돈과 실용에 '판매'하여 파괴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에게 공개했던 공간은 닫아버리고, 대전이 공적으로 유지해야할 건물은 민간에게 팔아버리는 행위는 과거에 국민을 버리고 홀로 한강을 건너와 대전에 머물렀던 어떤 인물을 떠오르게 한다. 이것이 시정의 기본 방침이라면 대전 문화에는 미래가 없다.

박수연(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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