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이 아파트에서 주민 5명을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건 참담하고도 어이없는 일이다.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후 대피하는 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안모(42) 씨는 1년 전부터 수차례 난동을 부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한다. 극악한 범죄 수법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고, 남의 동네 일 같지도 않다. 어느 정도 예고된 사태였다는 점에서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지만 범행은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 희생자는 12세 여자 어린이를 포함해 5명인 데 남성은 70대 노인 한명 뿐이었다. 자신이 보기에 약한 사람만 골라 살해 대상으로 삼았다.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 피해 규모도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인천과 포항에서 정신병력의 범인이 여성을 잇따라 흉기로 찌른 바 있는 데 이제 대한민국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는 듯해 불안하다.

안모씨는 이미 1년 전부터 이상 징후를 보인 요주의 대상이었다. 범인의 바로 위층에 살던 최모 양은 평소 범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오다 결국 이번에 숨졌다.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잦았고, 주민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이 적절히 대처했는 지 의구심이 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는 증언이 나온 게 그 방증이다.

국민이 재난과 재해, 범죄로부터 자유롭고 안심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건 국가 몫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재해 대응은 어느 정도 이루어져가고 있으나 진주 사건처럼 정신질환자의 돌발 범죄 대비는 소홀한 게 현실이다.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범죄도 증가 추세에 있는 걸 감안해 조현병 환자 관리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국민이 언제 어디서 범죄에 노출될지 몰라 전전긍긍해서는 안전한 대한민국은 구두선에 그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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