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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칼럼] 인사, 만사, 망사

2019-04-18기사 편집 2019-04-17 18: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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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당시 새누리당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박근혜정부 1기 내각 장관후보자 지키기가 발등에 불이었다. 후보에 따라 적지 않은 의혹과 비리가 터져나왔다.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 취업과 위장 전입, 늑장 납세 등 의혹에 휩싸인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었다. 원내지도부는 필사적으로 엄호에 나섰지만 김 후보가 작전장교 시절 부대 인근에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자 두 손을 들고 만다. 군사 정보를 사익에 이용한 김 후보자는 지명 28일 만에 낙마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라고 다른 게 무언가. 그는 이발사의 딸에 지방대 출신,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선 판사 이력이 더해져 지명될 때만 해도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주식투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거센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과 재산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해서가 아니다. 특정 주식의 집중 매매가 석연치 않아서다.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인물이 자신이 맡은 재판의 주식을 사고 판 게 적정하느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물음이다.

국민 눈초리는 싸늘하다.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자격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54.6% 나 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20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계층·지역·연령에서 부정적 의견이 높다. 미공개 내부정보 활용 같은 수상한 주식 거래를 한 인물에게 헌법재판이라는 역할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게 국민 눈높이다. 야권의 반발 또한 갈수록 수위가 올라가는 양상이어서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상황이 급박한 데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이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8일 기한'으로 재송부 요청했다. 전임 재판관 임기 만료에 따른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날짜를 못 박았다. 이 후보자는 "주식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 모두 배우자가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해충돌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남편 오충진 변호사의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사서 35억 원 짜리 하나 가지고 있었으면 욕먹을 일이 아니었을 텐 데…"라는 언급은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임명권자의 고유권한으로 이해하기에는 현 정부의 인사 참사가 심각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인물이 벌써 13명이다. 이 중 장관급만 9명이다. 모두 문 대통령이 지명하고 임명했다. 국민 목소리야 어떻든 개의치 않겠다는 '마이웨이'다. 민심을 이렇게 거슬러도 되는 건 지 묻게 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자리에 오른 것과 비교가 된다.

중국 최고의 재상인 제갈량은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건 힘써 유능한 인재를 추천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 역할에 충실했던 조선시대 율곡 이이와 다산 정약용 같은 인물은 지금도 회자된다. 사심이 없는 대신 통찰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적격자 임명 강행에 앞서 내부 성찰부터 하는 게 순리다.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참사가 되풀이 됐을까. "중대한 흠결이 나타나지 않았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라고 하는 걸 보면 '적폐 정권' 때도 작동한 언로마저 막혀 있다.

다시 이 재판관 후보로 돌아가면 공직은 청렴하고 공정하게 공무를 집행해야 하는 자리다. 사적 이익 추구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의 개인적 이용이 안 된다는 건 삼척동자라도 안다. 더구나 헌법재판관은 의견이나 입장,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을 판단해 공동체의 지향점과 가치를 제시하는 중책이다. 헌재 결정을 놓고 승복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누가 책임지나.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니라 망사(亡事)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 군주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거든 그가 기용하는 사람을 보라"고 말한 사마천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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