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아미미술관, 2019 아미의 작가들

오상택, closet 연작, 50*80cm, photographic color print on canvas, 2019
오상택, closet 연작, 50*80cm, photographic color print on canvas, 2019
당진 아미미술관은 오는 6월 27일까지 `2019 아미의 작가들` 전시를 연다.

올해 선정된 아미의 작가들은 박승만, 오상택, 정민기 작가 등 3명이다.

이들은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소재 즉, 할아버지의 오래된 물건들, 옷장 안의 옷, 재봉틀 등을 낯설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승만 작가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거주했던 집을 배경으로 유품을 소재로 한 애틋하지만 신선한 작업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오래된 물건들을 제자리가 아닌 공중에 낮선 형태로 떠 있도록 촬영함으로써 관람객에게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오상택 작가는 명품 옷을 통해 현대인의 잠재된 욕망을 드러낸다.

옷은 누구나 입는 것이지만, 명품 옷은 `부에서 오는 권력`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옷들이 걸려 있는 공간은 실제가 아니라 가상의 옷장으로, 조선 후기 원근법으로 그려진 책가도(冊架圖, 책장 위에 책과 문방구 등을 그린 그림)의 구도와 형식을 차용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문(文)을 숭상해 책가도를 걸어 뒀다면, 현대인은 명품을 통해 `과시욕`을 드러냄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재봉틀 드로잉 아티스트인 정민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재봉틀 자체에 주목했다. 재봉틀에서 우주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와의 유사성을 발견한 것이다. 재봉틀은 활발히 움직이며 매 순간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기록하지만, 멈추는 순간 곧바로 죽음의 이미지를 갖는다. 또 한 때 봉제 공장에서 사용되던 재봉틀들은 급격히 변화된 사회상을 보여주는 낡은 증표가 되기도 한다.

아미미술관 관계자는 "2019 아미의 작가들 전시를 통해 그동안 `잘 알고 있다고, 혹은 익숙하다`고 생각한 사물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별전시실에서는 `숲을 거닐다`전이 함께 전시돼 있다. 정지연 작가는 실과 천을 감는 행위를 통해 나이테를 형상화한 설치 작업과 드로잉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나이테를 가졌지만 나무처럼 단단한 모습이 아니라, 넝쿨처럼 뻗어나가며 서로 합쳐지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이 무리를 이루는 숲은 작가의 상상의 산물이지만, 생명체들이 분화되기 이전의 태고의 숲일 수도 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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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stopped sewing machine, 2019
정민기, stopped sewing machine, 2019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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