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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신뢰사회

2019-04-17기사 편집 2019-04-17 08: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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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사들이고 석탄을 파는 무역중개인의 거래 방식에서 신용(信用)의 효용성을 알 수 있다. 신용거래가 없다면 콩상인은 중개업자가 석탄을 팔아 대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중개업자의 신용이 높다면 그가 써준 '석탄을 팔아 대금을 주겠소' 하는 증서를 돈처럼 받아들고 거래를 마칠 수 있다.

신용은 돈을 갚을 능력을 말한다. 신뢰(信賴)는 이보다 더 포괄적인 믿음이다. 단순한 쓰임(用)을 넘어서 의지(賴)할 수 있을 정도다. 돈을 갚을 인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다.

'트러스트(Trust)'의 저자 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국가가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종 법과 경제제도들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윤리 규범과 합쳐져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조직이 규모화, 체계화될수록 신용보다 신뢰가 요구된다. 의사 결정권자의 도덕성이 전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은 신용사회에서 신뢰사회로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까지 한 시민들은 사고의 책임을 묻는다기보다 정부의 대응방식과 관련자들의 태도에 분노했다. '국민을 위하는 마음일까'라는 인격적 회의가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오늘부터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퇴출된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는 공직에서 영구 배제된다. 왜 업무와 상관 없는 일로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업무능력에 인격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약자를 자기 욕구 해소에 이용한 인격이 과연 시민들을 위해선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준 식품업체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이가 만든 제품을 믿고 먹어도 되나'라는 소비자들의 의심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반대로 오뚜기나 LG 같은 브랜드는 비정규직 문제나 독립유공자 지원 등에서 신뢰받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저렇게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면 제품도 좋겠지'라는 믿음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신뢰 마케팅의 효과가 커지는 건 사회발전 측면에서 긍정적 현상이다.

이용민 지방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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