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사들이고 석탄을 파는 무역중개인의 거래 방식에서 신용(信用)의 효용성을 알 수 있다. 신용거래가 없다면 콩상인은 중개업자가 석탄을 팔아 대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중개업자의 신용이 높다면 그가 써준 `석탄을 팔아 대금을 주겠소` 하는 증서를 돈처럼 받아들고 거래를 마칠 수 있다.

신용은 돈을 갚을 능력을 말한다. 신뢰(信賴)는 이보다 더 포괄적인 믿음이다. 단순한 쓰임(用)을 넘어서 의지(賴)할 수 있을 정도다. 돈을 갚을 인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다.

`트러스트(Trust)`의 저자 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국가가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종 법과 경제제도들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윤리 규범과 합쳐져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조직이 규모화, 체계화될수록 신용보다 신뢰가 요구된다. 의사 결정권자의 도덕성이 전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은 신용사회에서 신뢰사회로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까지 한 시민들은 사고의 책임을 묻는다기보다 정부의 대응방식과 관련자들의 태도에 분노했다. `국민을 위하는 마음일까`라는 인격적 회의가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오늘부터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퇴출된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는 공직에서 영구 배제된다. 왜 업무와 상관 없는 일로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업무능력에 인격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약자를 자기 욕구 해소에 이용한 인격이 과연 시민들을 위해선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준 식품업체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이가 만든 제품을 믿고 먹어도 되나`라는 소비자들의 의심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반대로 오뚜기나 LG 같은 브랜드는 비정규직 문제나 독립유공자 지원 등에서 신뢰받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저렇게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면 제품도 좋겠지`라는 믿음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신뢰 마케팅의 효과가 커지는 건 사회발전 측면에서 긍정적 현상이다.

이용민 지방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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