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을 들여 방음터널 설치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예산대비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종지역 방음터널 공사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방음터널이 교통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한 주요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도심 경관 훼손, 유지관리 비용 발생, 교통사고 유발 우려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애기다. 이 관계자는 구간단속카메라 설치해 도로소음을 줄이고 나무를 심어 방음림을 조성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시민 민원 둥을 우려해 방음터널 설치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지역은 국도1호선 사오리-주추 지하차도간 전폭 방음터널 설치 등 주요도로 곳곳에서 방음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2013년에는 국도1호선 첫마을 2단계 아파트 인근 구간에도 방음터널과 방음벽도 설치했다. 두 곳의 방음터널 설치비용은 각각 317억, 410억원이 소요됐다. 예산은 모두 LH가 부담했다.

세종시 또한 앞으로 막대한 재정부담을 떠안게 된다. 현재 세종시는 첫마을 2단계 인근 방음터널 구간을 관리하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 해당 구간의 유지관리비용으로 방음판 교체비 1억여원을 지출했다. 앞으로 2-1생활권 구간과 3생활권 남측 외곽순환도로 구간도 세종시로 이관될 예정으로 매년 수억여원의 유지관리 비용 지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종시는 시민들의 교통소음 피해를 해소하는 차원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다소 궁색해 보인다.

돈도 돈이지 방음터널은 안전문제도 심각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3년∼2017년)간 642건의 터널교통사고 발생, 57명이 목숨을 잃었다. 터널 내부는 시야 확보가 어렵고 공간도 비좁아 사고가 발생하면 연쇄추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낫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터널을 계속 늘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터널 시야(Tunnel Vision)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주위가 잘 안 보이는데 터널 끝, 멀리 환한 빛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터널 말고 심리적 터널 시야 현상도 있다.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파악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나무 보느라 숲을 못 보는 경우다.

"방음터널 설치가 전국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현장관계자의 말을 되짚어봐야 한다. 조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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