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정치인의 막말이 또 도졌다. 그것도 어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뜨겁던 때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직도 슬픔에 잠겨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막말이란 점에서 이들 정치인이 과연 우리 국민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어제는 5년 전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돼 침몰한 날이다.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탑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온 나라를 통곡의 장으로 만들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자가 많아 슬픔이 컸다.

세월호 아픔을 겪은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조사와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정치인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한 막말을 쏟아내 비난이 들끓고 있다. 유가족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거나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식의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막말을 쏟아내 유가족을 또 울렸다. 더 기가 찰 노릇은 이런 막말에 맞장구 치고 글을 퍼 나른 동료 정치인도 있다는 데 있다. 충청권 의원 중에서도 이런 막말 인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창피하기 그지없다.

막말 정치인에 대한 제명과 함께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소속 당은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지만 유족과 국민은 쉬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유가족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정치인에 대해서는 소속당이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더 이상 막말 논란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무능한 정부가 빚어낸 참사란 점에서 정치권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새겨야 할 건 말 한마디 잘못해 패가망신한 인사가 한 둘이 아니란 점이다. 점잖고 품위 있는 정치인의 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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