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안 `숲속의 집` 주변에 참새, 곤줄박이, 비둘기, 꾀꼬리 등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거실 창밖 나무 마루에 빵 부스러기와 쌀알을 흩뿌려놓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좀 전까지만 해도 마당을 분주히 날던 새들이 통 움직이질 않는다. 먹이를 못 본 걸까.

어느 무리에나 유난히 호기심이 큰 녀석은 있는 법, 마침내 조그만 참새 한 마리가 먹이 주변을 맴돈다. 지켜보는 눈들에 설렘과 조바심이 인다. 참새는 단번에 먹이를 쪼아먹지 않는다. 빠르게 먹이를 스치듯 지나더니 쏜살같이 날아올라 나무 꼭대기에 앉는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사뿐 내려앉아 먹이 쪽으로 뽀짝뽀짝 걸어왔다가는 포르르 다시 날아오른다.

"우리가 지켜보는 걸 눈치챈 거 아닐까?" "자기를 잡으려는 덫인지 의심하는 모양이야." "저쪽에 대여섯 마리가 모여있다. 회의하나 봐. `저거 먹어도 될까? 위험하지 않을까? 배고픈데 어때? 먹자!` 그러는 거 아니니?" "아까 제일 먼저 날아온 애 있잖아. 유독 몸이 가늘고 작은 게 날렵하지 않니? 정찰조로 뽑힌 애 아닐까."

새는 무심히 날거나 걷고 있는데, 구경꾼들의 머리는 이렇게 저렇게 돌아가고 새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얹어 끊임없는 수다를 만들어 낸다. 거실 유리창 안쪽에 배를 깔고 누워 감각을 집중하고 눈을 뗄 줄 모른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사람이 참새 구경을 하는 건지 참새가 사람 구경을 하는 건지.

그때, 참새 한 마리가 포로롱 날아와 콕 하고 먹이를 쫀다. 닭이 모이 먹듯 콕 쪼아먹고 뚤레뚤레 돌아보고, 콕 쪼아먹고 하늘을 본다. 먹는다! 환호가 터진다. 잠시 후 한 마리가 더 날아와 나란히 먹는다. 구경꾼들이 좋아라 박수를 친다.

"아이구, 이제야 먹는구나. 많이 먹어라." "먹으면서 둘이 얘기하는 거 같다. `맛있지?` 하구."

나른한 오후가 참새로 인해 심심치 않다. 제일 먼저 날아온 참새는 선구자, 유독 오래 먹고 잘 먹는 참새는 대식가로 명명한다. 작은 새의 움직임을 살피고, 몸짓에 의미를 부여하고, 먹이 쪼는 모습에 기뻐한다. 이런 게 글 쓰는 이의 눈이고, 마음이고, 자세라면 어떨까. 작은 것도 오래, 자세히, 사랑스럽게 보면 글이 되고 그림이 된다. 삶은 그렇게 예술이 된다.

마기영(수필가, 대전시민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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