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 홈페이지의 청장소개 페이지.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 홈페이지의 청장소개 페이지.
대전·세종·충남지역 26만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총괄하는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 청장 유고(有故)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전임 청장의 갑작스런 퇴직과 상급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교체 시기와 맞물린 불가피한 인사 공백이라지만 지역 경제계에서는 최대 숙원인 대전충남중기청 `1급청 승격`을 위한 동력 상실과 기업정책 조율기능 부재, 기업인과 소통 단절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전충남중기청장 부재는 직전 윤범수 청장이 지난달 19일 퇴직과 함께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로 옮겨가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 27일 부임 후 7개월 만에 떠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청와대가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7개부처 개각을 단행했고, 박영선 중기부장관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공방으로 번진 끝에 이달 8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결국 지방청장 임명권을 쥐고 있는 중기부장관의 이·취임이 지연되면서 대전충남중기청장 후임자 물색도 순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중기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1년여 새 윤 전 청장 등 3명의 청장이 잇따라 부임했다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도 않고 떠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1월 2일 취임한 홍진동 전 청장은 6개월 만인 7월 10일 인사조처됐고, 직후 자리를 메운 심재윤 전 청장은 불과 47일 만에 짐을 싸 청와대로 떠났다.

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 "대전충남중기청장 자리가 잠시 스쳐가는 곳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지방청장 임기가 통상 1-2년이고, 과거 이인섭 전 청장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무려 3년 8개월 동안 재임했다는 점에서 빈자리를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대전충남중기청 1급청 승격의 추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심심찮게 회자된다.

대전충남중기청은 2007년 3월 중기청 대전충남사무소에서 2급청(서기관 청장)으로 올라선 뒤 1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관할 중소기업 수와 경제 규모 확대, 세종시 출범에 따른 형평성 등을 감안해 1급청(고위공무원 청장)으로 격상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조직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증원 부담 등을 이유로 수년째 퇴짜를 놓고 있다. 대전충남중기청은 이달 초에도 행안부에 1급청 승격 요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청의 주요임무로 꼽히는 소통은 단절되고 있다. 기업인을 만나 애로를 듣는 의견수렴도 멈춰 섰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중기청장이 없어서 그런지 정기적으로 하던 경제 유관기관 모임도 요즘은 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하루만 기계가 돌아가지 않아도 위기가 닥칠 판인데 인사 문제로 중기청장 자리를 공석으로 방치해 놓는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잦은 청장 교체와 부재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중소기업 지원 업무의 연속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지역 중소·벤처기업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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