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Maestro), 성공한 남성을 위한 정장 브랜드명이 아니다. 이탈리아어 또는 스페인어로 예술가,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의 지휘자, 음악 감독을 지칭하는 경칭이다. 영어로는 `명연주자`, `거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휘자의 날카로운 지휘봉 끝에서 쏟아지는 카리스마는 백 여명의 연주자들과 몇 천명 관객의 숨소리조차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휘자의 역할은 뭘까? 음정, 박자, 음악의 오류를 바로 잡아준다. 악보 음계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런데 지휘의 시작은 손이 아닌 발이 먼저다. 발로 박자를 맞추며 합창을 지휘하는 방법이 그리스시대부터 시작된다. 그 후에 손으로 지휘하는 카이로노미(手指法) 지휘법이 발달한다. 이어 기악이 발달하고 관현악이 생기면서 지휘의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21세기 지금의 지휘자는 연주자 중에서 가장 화려한 존재로 인식, 관객은 음악작품보다도 오히려 지휘자 쪽에 더 많은 흥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지휘자인지에 따라 객석점유율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면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는 불가능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1922년 러시아에서 지휘자 없는 최초의 심포니 앙상블 `페르짐판스(Persimfans)`가 창단된다. 이후 라이프찌히와 뉴욕에서도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창단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연주자가 20명 정도가 넘어가면 앙상블을 이끌어가기 힘들다. 템포가 복잡하거나 박자가 자주 바뀌는 곡의 위기대처능력이 없기에. 이쯤되면 지휘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관객은 마에스트로의 뒷모습에 더 익숙하다. 몸짓과 표정, 동작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휘자의 앞모습이 궁금하다. 오늘 퇴근길, 음반숍에 들러보자. 죽기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베토벤 심포니 5번 `운명(L. v. Beethoven Symphony No.5 in C minor)`,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죽어서도 매년 18억원씩 벌어들이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지휘자였던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의 지휘로 들어보시라. 운명이 바뀔지도.

김순영 대전시립교향악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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