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휴가까지 취소하며 위기관리에 나섰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으로 최고위원회의가 반쪽으로 열리는 등 파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당무를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당이 분열될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듯하다.

손 대표는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회에서 "원래 오늘 내일 휴가를 내려 했는데 못할 것 같다"며 "최고위원들 다들 참석해줬으면 한다. 내일 나오든, 안 나오든 최고위원회를 할 테니 당직자들도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행보는 지도부 총사퇴와 전당대회를 통한 재신임 등을 요구하며 최고위에 불참하고 있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의 복귀를 촉구하는 의미 외에도 당에서 이탈하려는 세력의 원심력을 줄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가 "새누리당 나와서 바른정당을 만들고, 민주당 나와서 국민의당을 만들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한 것은 보수 진보의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민생과 경제를 돌보자는 것이었다"면서 "이제 분파작용을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손 대표는 창원 보선 참패 이후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1당, 2당 선거에만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 극좌와 극우를 스스로 표방하는 사람들은 그쪽으로 가라"며 당을 굳건하게 지켜나갈 것임을 재천명했다.

그러면서 "제3당과 4당의 역할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제3당으로 남아 있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구조를 바꾸고 중원을 차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수권정당으로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계개편에 대비하고 주도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편,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손 대표가 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이번 주말까지 지도부 총사퇴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재신임 투표를 수용하든지 결단하지 않으면, 우리도 행동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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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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