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가 사라진 바다.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산호가 사라진 바다.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지난해 필자는 산호의 생태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 관찰 지역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관찰 지역의 산호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는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더위로 인해 6-8월 수심 20m까지 고수온 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황폐하게 바위만 남은 바다 속에서 얼마나 망연자실 했는지 모른다.

산호는 지구에서 가장 생산적이며 경제적으로 가치가 큰 생태계를 만든다. 해양생물의 4분의 1이 산호초에 서식하고, 산호초에 기대어 생계수단을 이어가는 인구는 전 세계에 5억명 이상이며 8억 5000만 명 이상이 산호초 100km 이내에 살면서 산호초의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린다. 또 산호는 파도의 힘의 90%를 흡수해 전 세계 15만km가 넘는 해안선을 보호하는 등 산호의 생태계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으로 산호초의 감소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산호의 생존 자체가 위험한 지경이다.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백화현상으로 전 세계 산호초의 70% 이상이 손상됐고 지금의 수온상승 속도면 2050년에는 산호초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산호의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산호는 조금 복잡한 생태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기후변화 핫스팟인 우리나라는 열대성 산호가 확산되고 있고 기존 산호의 서식처는 북상하고 있다. 한편에선 우리나라에도 산호초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어린 목소리도 있으나 산호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수온 상승이 더 가속화되어, `과연 우리의 기대만큼 풍요로운 바다가 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여름철 수온은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고 특히 고수온 영역이 지속적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하니 필자는 작년의 경험이 반복될까 우려된다.

산호를 보전하기 위한 시도는 다양하다. 호주는 대보초의 산호를 보전하기 위해 광범위한 현장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보호구역을 확장하고, 지방정부, 지역사회와 연계한 지원사업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산호 삼각지대의 주변 6개국은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가능한 투자계획과 복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산호 보전의 최우선 과제가 `복원력 회복`이라는 점이다. 건강한 생태계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환경변화, 오염, 개발 등의 악재가 동시에 일어나면 회복은 어렵다. 일례로 산호 삼각지대에서는 환경기금을 조성해 산호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에 대한 교육과 지속가능한 경제생활을 골자로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역민이 스스로 산호를 증식·복원하고, 시민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관광객들이 복원에 참여할 수 있는 관광코스를 개발한 것이다.

현재 많은 관심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증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생물의 보전은 모든 것이 증명이 되고 난 후에 시작하면 늦는다. 이제는 지속적인 산호보전 프로그램 개발과 산호 군락지에 편익을 얻는 지역공동체의 협조, 이를 지원하고자 하는 관리 의지가 필요하며 산호군락지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노력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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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돌산호.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주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돌산호.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주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돌산호.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주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돌산호.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산호 군락지.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산호 군락지.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산호 군락지.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산호 군락지.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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