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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허태정, 분발을

2019-04-11기사 편집 2019-04-10 18: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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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가 공개한 3월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조사에서 허태정 대전시장이 14위를 했다. 광역단체장 17명 중 허 시장에 뒤진 사람은 3명뿐이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지지율(43.7%)만 읽으면 죽 쑤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애매하다. 일단 전체 평균(47.4%) 대비 벌어진 수치를 찍었다. 시장 부문으로 환산하면 8명 중 6위로 뒤쳐져 사정은 더 안 좋아진다.

허 시장이 받아 든 14위 성적표에는 정치적 함의가 배어 있다. 이 포인트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숫자 14에 너무 얽매일 일은 없다. 지지율 지표가 고정불변 값이 아닌 이상, 반등 가능성을 배척하는 것은 오류다. 문제는 허 시장의 정치적 포지셔닝이다. 전국 광역단체장 그룹내 허 시장의 지정학적 입지는 강력한 편에 속하지 않는다. 임의의 정황 증거를 예시해본다.

시도지사 되기 직전 경력 사항을 일람하면 감이 온다. 지방정부 진입 경로는 대략 세 갈래다. 주류는 의원 출신 1 그룹이다. 양승조 충남지사(4선), 이철우 경북·원희룡 제주지사(이상 3선) 등이 눈에 띄고 재선 단체장도 4명이다. 초선 의원을 지낸 3명도 추가된다. 10명이 직업 정치인이었고 점유율 58%다. 이들 의원 출신 중 9명이 허시장 앞 순위에 포진했고, 드루킹 사건으로 1 심에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16위)가 유일하게 순위 경합에서 밀렸다.

2 그룹은 기초단체장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체급을 올린 경우다. 송하진 전북·이재명 경기지사가 이 경로를 밟았다. 송 지사는 재선 도지사인 반면에 변호사 자격증도 있는 이 지사는 허 시장처럼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처음 지방정부 수장이 됐다. 기타 그룹 4명 이력도 간단치 않다. 박원순 서울·송철호 울산시장은 율사 출신이고 이춘희 세종·오거돈 부산시장은 엘리트 직업관료 출신인 점이 부각된다.

민선 7기(세종시는 시정 3기) 시도지사 면면을 보면 저마다 정치적 질량감이 느껴진다.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섞여 있는가 하면, 3선 시도지사 고지에 오른 이도 3명이나 된다. 편의상 허 시장은 초선 시도지사 집단과 동렬에 묶인다. 그런데 허 시장만은 국회 경험치를 쌓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의정활동 이력은 정부 재정 지원이 전제된 지역 현안 사업을 추진하는 데 유용한 자산일 수 있다. 중앙정치의 작동 구조 및 생리에 익숙하다면 정무적 대응력 면에서 탄력적이라고 보는 게 맞다.

전국 시도지사 생태계는 허 시장 지지율 확장성이 경직되는 지점과 맞물린다. 개인별로 교차 비교할 때 정치적 역동성 면에서 한 수 아래에 둘 만한 사람을 지목하기가 여의치 않다면 이 같은 진단은 유효해진다. 이는 정치적 레버리지 빈곤으로도 설명된다. 요는 권력 심장부로 통하는 메시지 채널이 가동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일례로 경남 김 지사, 울산 송 지사에게 묵직하게 힘이 실리는 것도 청와대 관계망 때문임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호남권 광역단체장들도 표정관리 모드다. 이번 평가 조사에서 전남과 광주는 지지율 1·2위를 선점했다. 시장·도지사 부문에서 동반 1위를 거머쥠은 물론이고 두 사람 지지율 격차는 간발의 차인 0.1%다. 이게 무엇을 뜻하나. 한 마디로 해당 지역민들의 지역 현안 관련 정책 만족도가 최고조 상태라는 얘기다. 그 연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총리를 비롯해 장관급 인사, 주요 권력기관장 등을 여럿 배출한 마당이면 팔은 안으로 굽게 된다.

허 시장 지지율 순위는 인과(因果) 원리로 귀결될 터다. 기는 꺾이면 안된다. 심기일전하고 분발하기 나름이다. 정책상품 하나 히트시키는 게 빠르다. 세종·충남북 시도지사 3명에게는 빙상 종목인 '팀 추월' 정신이 요구된다. 한배를 탄 동주공제(同舟共濟) 운명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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