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는 주로 치매환자, 욕창환자, 와상환자, 편마비환자 등 중증 이상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게다가 치매가 중한 어르신에게 심한 욕설을 듣는 날이 다반사다. 누워서 꼼짝 못하는 와상환자들은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요구한다. 운신이 어려운 노인들이 휠체어라도 타려면 그들의 몸을 들었다 놨다 해야 한다. 목욕을 시키는 시간은 한바탕 전쟁이다. 고집스럽게 옷자락을 움켜쥐고 목욕을 거부하시는 분도 있다. 이런 날이 반복되면서 그녀의 몸에도 점차 좋지 않은 징후가 나타난다. 허리와 어깨가 늘 아프고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버틴다. 일명 직업병이 생기는 것이다.

병원 전체에 감도는 알코올 냄새 등에 간신히 익숙해질 무렵이면 요양보호사끼리도 서로 힘든 환자들을 도와가며 함께 일하는 즐거움도 만끽하며 익숙해진다. 수시로 기저귀를 갈고 식사를 수발하고 목욕을 시키는 등 온갖 궂은 일을 하지만 요양보호사들끼리만 아는 동료의식으로 작으나마 위로가 된다. 잠깐의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면 환자들과 손뼉 치며 노래도 부르고 말동무도 돼 준다. `이런 것이 요양보호사의 일상이구나`하며 지내던 무렵, 예상 못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요양병원에서 한국인 요양보호사를 외국인 간병사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 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요양보호사들은 정들었던 환자들과 흐르는 눈물을 간신히 감추며 병원을 그만두게 됐다.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한국인 요양보호사의 인건비상승이 요양병원들의 무거운 짐으로 체감되면서 한국인보다는 저렴한 인건비로 경영하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의료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이란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 규정한다. 요양병원도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양병원의 서비스에서 요양보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고 요양보호사는 환자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한다. 이른바 고객과의 밀착 접점이 바로 요양보호사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한국인 요양보호사보다 한국인 고령의 환자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친화력의 벽이 두텁다. 따라서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환자를 돌봄에 있어서 상당히 비중이 높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인 인구가 정말 많아지는 2026년 초고령화 사회 이후에는 노인 의료문제와 간병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각 가정에서 노인을 수발할 수 있는 자녀들은 거의 없을 정도로 맞벌이 부부 세대이니 만큼 고령의 병드신 부모님을 돌봐드릴 여력들이 없으므로 요양병원에 모시게 된다. 보호자들이 안심하고 부모님들을 돌봐드릴 요양보호사들의 설 자리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급한 시점이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한국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 시스템은 대단히 허술하다. 늘어나는 노인인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요양보호사 1인당 돌보는 인원수에 대한 제도적 기준은 언제쯤 달라질지, 쌓인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노화는 더 이상 재앙이 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하늘이 부여한 인권을 존중받으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이병철 (주)가온누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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