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이나 서양이나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고 이러한 감정이나 환경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각적 요소는 바로 조명의 색(色)이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은 기쁨과 슬픔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이 표현을 위해 조명도 기쁨을 표현하는 따뜻한 색 계열의 warm color와 슬픔을 표현하는 차가운 색 계열의 cool color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색의 사용을 조명에서는 warm-cool 이론이라고 부르는데 이 색들의 사용을 효과적으로만 해도 크게 문제없이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일반적인 조명의 색을 위해 `젤라틴`이라는 비닐과 비슷한 특수화학물질을 사용한다. 언뜻 보면 비닐 같기도 하고 셀로판지 같기도 한데 열에 강하도록 특수 처리가 돼 있어 뜨거운 조명기 앞에 넣어 사용할 수 있다. 가끔은 짙은 색깔의 매체를 처음 사용하게 되면 조명램프의 열에 의해 젤라틴이 타는 현상이 생기게 되고, 연기를 발생시켜 사용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색상의 사용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색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빨강색은 죽음, 저주, 정열 등, 파랑색은 어둠, 안정 등. 이런 색상에 따른 느낌을 조명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화에 따른 색상 사용에 차이도 있다. 특히 녹색은 동양과 서양에서 느끼는 색의 감정 중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색상일 것이다. 우리는 녹색이라고 하면 평화를 우선 생각하지만 서양에서는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무대 위에 죽음의 사자가 나타날 때도 한국은 파랑색에 흰 옷, 또는 검은 옷을 입은 사자가 나타나는 반면 서양에서는 녹색에 검정 옷을 입은 사자가 나타나게 된다. 이 사실을 몰랐을 때 필자도 처음 외국인 연출가들과 작업할 때 녹색을 사용하면 좋아하지 않던 연출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특히 외국인 연출자들과 작업할 경우는 가급적 녹색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즉 동, 서양인에 따라서 잘 맞는 색상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서의 바람직한 색의 사용이 무대조명을 성공시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윤진영 무대조명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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