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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공공도서관

2019-04-10기사 편집 2019-04-10 0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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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도서관 중독자가 있었다. 도서관 문이 열리기 전 도착해 기다리다가 첫 번째로 입장했다. 가장 늦게 도서관을 나갔다. 앉는 자리도 늘 똑같았다. 때로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쓰러지기도 해 도서관 직원들이 그를 들것으로 옮겼다고 한다. 40여 년 간 도서관 불빛 아래 현대 사회 가장 뜨거운 책을 완성한 사람은 칼 마르크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대영박물관도서관이 없었다면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의 심장에 불을 지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없었으리라.

대영박물관도서관을 거쳐간 혁명가나 작가는 마르크스 뿐만이 아니다. 대영박물도서관에는 '제이컵 릭터'라는 가명으로 서명한 레닌의 이용자 카드가 지금도 남아 있다. '셜록 홈스'로 유명한 작가 코난 도일은 1891년 대영박물관도서관 열람증을 신청하며 신청서에 직업을 '의사'라고 기재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가난한 문학 청년은 대영박물관도서관 열람실에서 소설을 쓰거나 공부하며 오후 한때를 보냈다. 훗날 세계적 작가로 명성을 얻은 문청의 이름은 버나드 쇼. 그는 문단에서 크게 성공 뒤 대영박물도서관에 유산의 3분의 1을 기증했다.

대영박물도서관은 1973년 영국국립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곳은 앵글로색슨의 서사시 '베어울프'의 유일본 등 소장품 수만 1억 5000만 점, 단행본 1400만 권을 품고 있다.

한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온갖 지식·정보와 연결될 수 있지만 인류의 지혜가 응축된 도서관은 여전히 영감과 창의의 공간이다.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탐방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만큼 도서관은 디지털 시대 오히려 매력을 더하고 있다. 건물 외형부터 인테리어, 분위기까지 엄숙주의로 일관됐던 우리나라 도서관 풍경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전시와 놀이, 체험이 융합되는 등 재기발랄해지고 있다.

도서관 수요도 높아져 며칠 전 천안에서는 테마 도서관 건립을 주제로 토론회도 열렸다. 관 주도의 도서관 담론이 다양해지는 반가운 풍경.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도서관을 어느 누구보다 사랑했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 나오는 대목이다.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확고부동하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되지 않고, 비밀스런 모습으로"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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