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도서관 중독자가 있었다. 도서관 문이 열리기 전 도착해 기다리다가 첫 번째로 입장했다. 가장 늦게 도서관을 나갔다. 앉는 자리도 늘 똑같았다. 때로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쓰러지기도 해 도서관 직원들이 그를 들것으로 옮겼다고 한다. 40여 년 간 도서관 불빛 아래 현대 사회 가장 뜨거운 책을 완성한 사람은 칼 마르크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대영박물관도서관이 없었다면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의 심장에 불을 지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없었으리라.

대영박물관도서관을 거쳐간 혁명가나 작가는 마르크스 뿐만이 아니다. 대영박물도서관에는 `제이컵 릭터`라는 가명으로 서명한 레닌의 이용자 카드가 지금도 남아 있다. `셜록 홈스`로 유명한 작가 코난 도일은 1891년 대영박물관도서관 열람증을 신청하며 신청서에 직업을 `의사`라고 기재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가난한 문학 청년은 대영박물관도서관 열람실에서 소설을 쓰거나 공부하며 오후 한때를 보냈다. 훗날 세계적 작가로 명성을 얻은 문청의 이름은 버나드 쇼. 그는 문단에서 크게 성공 뒤 대영박물도서관에 유산의 3분의 1을 기증했다.

대영박물도서관은 1973년 영국국립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곳은 앵글로색슨의 서사시 `베어울프`의 유일본 등 소장품 수만 1억 5000만 점, 단행본 1400만 권을 품고 있다.

한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온갖 지식·정보와 연결될 수 있지만 인류의 지혜가 응축된 도서관은 여전히 영감과 창의의 공간이다.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탐방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만큼 도서관은 디지털 시대 오히려 매력을 더하고 있다. 건물 외형부터 인테리어, 분위기까지 엄숙주의로 일관됐던 우리나라 도서관 풍경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전시와 놀이, 체험이 융합되는 등 재기발랄해지고 있다.

도서관 수요도 높아져 며칠 전 천안에서는 테마 도서관 건립을 주제로 토론회도 열렸다. 관 주도의 도서관 담론이 다양해지는 반가운 풍경.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도서관을 어느 누구보다 사랑했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 나오는 대목이다.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확고부동하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되지 않고, 비밀스런 모습으로"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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