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 대전자생한방병원 간호과장.
장주영 대전자생한방병원 간호과장.
필자는 20년째 간호사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장래희망은 간호사가 아니었다. 어릴 적에는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자전거 사고로 팔을 크게 다치면서 꿈을 키워보기도 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간호대에 진학한 이유는 보건 교사가 되기 위한 밑그림일 뿐이었다. 하지만 간호대를 졸업한다고 해서 누구나 보건교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전공이 간호학이니 간호사가 되는 게 당연한 결과였다.

초보 간호사 시절에는 수술실에서 피를 보거나 개복한 환자의 장기와 마주칠 때마다 기절하기 직전까지 갈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순간을 버티고 3년이 지났을 즈음에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자긍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양방 병원의 임상보다 한의학에 관심이 있던 필자는 한방 의료기관으로 거처를 옮겨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점을 경험했다. 이후 2010년 지금의 자생한방병원에 입사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라고 하면 임상 간호사나 대학병원 간호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과는 다르게 간호사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한방, 교육, 병원마케팅, 연구, CS, 보험청구 등 역할이 세분화돼 있다. 힘든 일상을 보내는 간호사들은 지친 마음에 퇴직과 이직을 생각할 때가 많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고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간호사로서의 일상이 힘들고 지칠 때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간호사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례로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이외에는 컴퓨터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간호사가 병원 프로그램만 다룰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 있다면 간호사의 또 다른 업무에도 도전할 수 있다. 파워포인트, 엑셀의 기본만 익혀도 통계를 할 수 있고 양질의 교육자료를 만들 수 있다. 간호사는 전문직이니 다른 업무를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착각이 아닐까 싶다.

국내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 중 면허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50% 정도 된다고 한다. 만일 간호사로서 자신의 근무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퇴사를 고민하기보다 다른 분야의 간호사에 도전해보는 게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병원 마케팅이나 CS교육도 간호사 출신이 이끌어간다면 의료 현장에 꼭 필요한 제안을 통해 병원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한정된 업무에서 벗어나 병원의 다양한 업무로 개발·발전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20년 간호사 생활에서 후배 간호사들이 힘들다는 이유로 병원을 떠나려고 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간호사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지원해주는 병원 문화가 정착된다면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필자는 병원 경영과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 대학원에 진학하고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준비 없는 성과는 없다. 기회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은 꾸준한 준비 뿐이다. 20년 간호사 생활을 돌아보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현재에 순응하지 말고 인생을 계획하고 열정을 가지고 실천하는 간호사가 되라는 조언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장주영 대전자생한방병원 간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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