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필자는 사람들의 경제 및 정부규제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전국에서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인 응답이 나왔고, 정부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부정적이 나왔다. 한국이 앞으로 더 좋은 국가가 될 것이냐는 물음에는 긍정적이었고 정부 규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7점 척도로 조사되었는데 대부분의 문항에서 3-5점 사이가 나왔다. 중간점이 4점이니 3-5점이라는 이야기는 대부분 문항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이거나 다소 긍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문항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하나 있다. 총 70개 정도 되는 문항에서 평균 5점이 넘은 것은 5개 밖에 안된다. 평균 5점이 넘더라도 5.2-5.3 수준이다. 그런데 한 문항에서 평균 5.75가 나왔다. 그 문항은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였다.

사람들은 자유를 중요시했지만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시했다. 복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5점대가 나왔다.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서는 더 점수가 높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 있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 지금보다 잘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설문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더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국이 평등한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 평등한 사회가 되면 더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소수 상류층에 기회가 집중되는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에 잘살기가 어렵다. 평등한 사회가 되면 일반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또 한국이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성실하게 살고 있는 일반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사회, 정의로운 사회, 복지 사회, 평등한 사회, 모두 다 좋다. 이런 것들이 우리들을 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는데 더 못살게 되었다면 어떨까? 복지 사회가 되었는데 이전보다 더 못살게 되었다면 어떨까? 이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고 나도 잘 살 수 있을 때 정의로운 사회를 찬성하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는데 나는 오히려 더 못살게 된다면, 그때도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주장에 찬성하기는 어렵다. 이 설문 조사 결과는 그런 함의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정권 초기에는 90%에 가까운 지지율이 이제는 4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30%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 정부는 꾸준히 이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폐 청산을 하고 있고, 이전에 잘못되었던 관행, 관습들을 바로잡고 있다. 재벌들의 부조리한 점들을 계속해서 처벌하고 있고, 사회에 만연한 갑질에 대해서도 칼질을 한다. 분명 한국은 이전에 비해 정의로운 사회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살기는 더 힘들어진다. 이제는 대학에도 기업의 취업 의뢰가 거의 오지 않는다. 일자리가 없다. 물가는 오르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세금 등 정부에 내야되는 돈은 오르는데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 내야될 돈은 늘어나니 부자가 되기는 더 어렵게 된다. 정의롭지만 못사는 사회, 우리는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사람들은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기는 하지만 못살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것을 훨씬 더 원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옳은 일을 추구한다. 하지만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정말로,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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