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코딩 교육이 열풍이다. 코딩이 정규교육과정에 들어오고 관련학과의 대입 경쟁률은 치솟고 있다. 학원에서도 수학, 과학은 물론 코딩 교육은 필수처럼 강조되고 있다. 알파고부터 시작한 인공지능(AI) 열풍이 코딩 교육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기대와 우려를 가지고 교육자의 관점에서 코딩 교육이 나아갈 바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1996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처음 코딩을 배웠다. 교육용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다. 두꺼운 비주얼베이직 책에 있는 예제들을 따라 하면서 종일 공부했다. 며칠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심을 다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기능은 구현하지 못했다. 꼬박 일주일 동안 고군분투하여 겨우 프로그램 하나를 구현했다. 코딩이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들어 왔다.

그 해 여름 지도 교수님은 인터넷 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자바 애플릿을 권유했다.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설득되어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관련 책을 사서 책에 있는 예제를 모두 따라 해 봤다. 하지만 역시 내가 원하는 시뮬레이션은 만들 수 없었다. 한 달간 씨름한 끝에 겨우 시뮬레이션 하나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책에 있는 내용을 따라 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코딩들을 요리책 식으로 따라하는 것만큼 지루한 것이 없다. 더욱이 책 내용을 다 따라 해도 스스로 코딩하기는 쉽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배움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지식만 습득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기초적인 기능 몇 가지만 가지고도 재미있는 것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기 수준에 맞는 기능들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코딩은 지식이 아니라 응용할 수 있는 창의력이 더 중요하다. 응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창조하는 희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기능을 알면 더 쉽게 만들 수 있겠지만 조금 어렵게 구현하면 어떤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는데. 기존의 코딩 교육은 문법만 가르치고 창의적으로 응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배움과 창의의 즐거움이 빠진 코딩 교육은 단팥이 빠진 찐빵과 같다.

이 원리를 깨닫고 나서는 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스스로 배우는데 단 하루가 걸렸다. 플래시 시뮬레이션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R 프로그램을 배워 통계처리하고 머신러닝을 배워 학교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기쁨에 주말도 없이 공부하고 연구한다. 무엇보다 이것이 너무 재밌다.

결론은 코딩 교육은 프로젝트 학습이 답이다. 학생은 구현하고 싶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 수준에서 적절한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조언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코딩을 배우는 것은 학생의 몫이다. 블록을 맞추듯 코딩을 연결해서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줄 알면 기초는 충분하다. 기초 기능을 익힌 학생들은 창의적인 창작물을 통해 희열을 맛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것은 코딩 지식이 아니다. 코딩이라는 블록을 활용해서 창의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이것을 즐길 수 있도록 교사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 현실은 어떠한가? R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케이무크 강의를 들어 봤다. 코세라 강의도 들어봤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책과 칠판 강의를 인터넷으로 옮겨 놨을 뿐 지루하고 복잡한 지식의 나열은 그대로였다. 책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코딩을 배우려면 지겹고 힘든 과정을 인내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을 마쳐도 스스로 코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딩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의 아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량을 길러주는 코딩 교육은 문법과 지식의 나열이 아닌 창의적인 문제해결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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