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이름들

김희정지음·어린작가·144쪽·1만원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전 회장이 지난 20년간 광장(거리)에서 낭송한 시들을 모아 다섯 번째 시집 `몸의 이름들`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네 번의 시집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시들을 수록했다.

작가는 지난 20년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시라는 도구를 빌려 표현했다.

시는 몸1, 몸2, 몸3, 몸4, 몸5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김 작가는 "제목을 `몸의 이름들`이라고 붙인 이유는 시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살다간 분들이기 때문"이라며 "이분들이 있어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56편의 시에는 몸의 이름이라는 시 언어나 시 제목은 없지만 시 한 편 한 편에는 몸을 돌보지 않고 살아간 분들의 `몸` 이야기가 들어있다.

시집에는 고인이 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추모하는 추모시도 있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촛불과 관련된 시들도 포함돼 있다. 또 지난해 여름 운명을 달리한 노회찬 의원의 추모시도 들어있다.

남북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만난 현장을 축시로 쓴 `도보다리` 라는 시도 있다.

이외에 문학인의 추모시에는 박경리 소설가, 실천적 지성인 리영희 선생의 추모시도 자리 잡고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 노동자인 김용균 님을 추모하는 시도 마지막 부분에 있다. 뒤로 거슬러 올라가면 용산참사나 자살률 1위에 오른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 `한강의 기적`이라는 시도 있다. 우리 지역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사건, `벌초` 라는 시도 빼놓지 않았다.

시 해설을 쓰지 않고 시인이 쓴 산문이 작품 해설을 대신하고 있다. 산문 제목은 `몸의 이름으로 불러본다` 이다. 이번 시집이 나오게 된 배경과 네 번의 시집을 냈는데 몸으로 살다간 분들의 이야기를 실지 못한 사연을 시인이 산문으로 고백하고 있다.

김 작가는 "시에 함께하는 글감이 모두 몸으로 살고 있거나 몸으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시집을 묶으려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몸과 정신이 다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의도하지 않게 몸에 눈길이 갔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어 "몸이 자주 등장하는 시들을 시집을 출간할 때마다 만지작 거렸다"며 "`이 시를 세상에 내놓을 정도로 내가 몸으로 살고 있는가` 라는 생각에 부딪혔고 그런 의심이 깊어지면 시를 컴컴한 서랍 속으로 밀어 넣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이십여 년 세월, 나의 못난 마음이, 실천이 몸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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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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