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꽂이] 룰루와 대홍수 외

◇룰루와 대홍수(유현산 지음·김삼현 그림)=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의 일상과 현실을 섬세하게 묘사한 책이다. 신과 신화, 왕과 정복 서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의식주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글을 읽고 있으면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다. 도시의 전체 모습, 그 속의 골목골목, 주택과 시장에 대한 묘사는 그곳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현산 작가는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 담긴 내면도 놓치지 않는다. 그 시절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도 충실히 다뤘다. 삽화는 현재 전해 내려오는 메소포타미아의 유물인 `우르의 제대`를 모티브로 당시의 그림 양식과 생활상을 담아냈다. 이마주·164쪽·1만2000원

◇내 입은 펑 터지는 화산인가봐(줄리아 쿡 지음·캐리 하트만 그림)=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다른 사람의 말에 끼어들고, 방해하기 일쑤인 `루이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생각과 말을 다스리는 방법을 일깨우는 인성 그림책이다. 루이스는 시도 때도 없이 말을 쏟아낸다. 마치 화산이 펑 터져 용암을 내뿜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조차 말을 참지 못하고 끼어든다. 선생님과 부모님께 주의를 받기도 하지만 루이스의 버릇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루이스에게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반 친구 리처드와 코트니가 난데없이 끼어들어 루이스의 말을 가로막은 것. 무례한 친구들 탓에 기분이 나빠진 루이스는 엄마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는지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동안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차례가 돌아왔을때 이야기 하는 태도를 익히게 된다. 스콜라·36쪽·1만2000원

◇ 그림으로 만나는 사계절 24절기(이여희 외 지음·그림)=요즘 어린이들에게 생소한 24절기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나는 그림책이다. 한달에 두번, 계절마다 여섯 번 찾아오는 절기에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있다. 예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반영한 절기에 맞춰 알맞은 농사일을 했고,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일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 우리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절기가 지닌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4명의 작가가 뭉쳐 그림을 그렸다. 24절기를 품은 그림을 통해 어린이들이 절기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또 페이지마다 절기에 대한 핵심 정보와 절기마다 행하는 독특하고 다양한 풍속들도 꼼꼼하게 담아냈다. 그림마다 물씬 밀려오는 풍성한 계절감과 친근하고 정감 어린 정서는 부모님에게는 유년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촉촉한 감성을 준다. 머스트비·72쪽·2만원

◇안녕!외계인(박연철 글·그림)=`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떼루떼루` `지구를 지켜라`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우리 문화,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특유의 시선으로 재창조한 박연철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작가는 한글이라는 문자, 실제 사물을 바탕으로 둔 현실적인 소품 사진, 작가 특유의 개성이 묻어나는 기법을 이용해 독특한 외계인 이야기 한편을 선사한다. 이 책은 문자와 사진과 그림이 결합돼 이미지가 확장된, 상상력과 관찰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작가는 문자와 그림, 사진 모두를 이미지로 이해해 문자가 그림이 되고, 사진이 그림이 되는 재밌는 타이포그래피 그림책을 만들었다. 각각의 문자들은 이야기의 텍스트가 되기도 하고 외계인의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또 전사(글이나 그림을 옮기어 베낌) 기법을 활용해 외계인이 본 사물의 모습과 실제 사물의 모습, 두 가지를 보여주는 구성은 외계인의 시선과 독자의 시선을 통해 이미지를 해석하는 차이와 재미를 보여준다. 시공 주니어·48쪽·1만3000원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세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