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휴먼스토리] ⑬한승열 정우마트몰 대표이사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받은 도움을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생각은 곧 실천으로 옮겨졌고, 소박하게 시작했던 도움의 손길이 점점 커져 어느 새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자신을 발견했다. 한승열(60) 정우마트몰 대표이사가 걸어온 지난 날의 이야기다. 그는 2016년 2월 대전지역에서 44번 째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한 대표가 생각하는 기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 대표는 "이전부터 기부란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는데, 그저 받은 도움을 돌려주는 일이라고 답해 왔다"며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기부로써 전환한 것 뿐. 감사의 표시다"고 말했다.

대전 44호이자 전국 1058호 아너소사이어티인 그는 가입 직전까지 아너소사이어티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기부를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면 된다고 여겼다. 한 대표의 첫 기부도 그렇게 시작했다.

그는 "20 여 년 전쯤이었는데 한 복지단체에서 기부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지금 생각하면 적은 금액이었지만 흔쾌히 기부를 하게 됐다"며 "이후 정기적으로 해당 단체에 기부를 했는데, 그 단체가 문제가 생겨나면서 보다 투명한 단체나 기관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대덕구, 서구, 유성구 주민센터를 통해 정기적인 기부를 시작했다. 성금부터 시작해 라면, 쌀, 교복, 연탄까지 기부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했다. 복지만두레, 행복누리재단 등에서 봉사활동도 시작했고 현장에서 만난 봉사원들을 보며 기부 필요성을 한 층 더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도 보다 자발적인 기부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마음이 통하는 지인들 40여 명과 장학회 `미소하모니`를 만들었다. 장학회 회원들이 매년 회비를 모아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장학금을 전달받았던 학생들이 학교 졸업 후 고마움을 표하며 장학회 동참 문의까지도 오고 있단다. 기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한 대표는 "기부활동을 해오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함께 장학회를 만들기로 했고 회원들끼리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지금까지 매년 처지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오고 있다"며 "회원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기부에 동참해서 인지 뿌듯한 적이 많다. 장학금을 지원 받은 학부모나 학생들도 감사하다면서 본인들 또한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한 적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의 독특한 인맥도 눈길을 끈다. 대전 아너소사이어티 51호 가입자인 김갑선 ㈜제일종합유통 대표 때문이다. 한 대표와 김 대표는 전북 완주 운주면 출신으로 중학교 동창이다. 한 대표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고 나서 이듬해 김 대표에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권유, 김 대표는 2017년 첫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자가 됐다. 한 대표는 김 대표를 언급하며 "좋은 친구이자, 사업 동반자"라고 운을 뗀 뒤 "기부 경쟁자"라면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 대표는 "아너소사이어티를 처음 가입할 때만 해도 너무나 쑥쓰러워 가입식도 진행하지 않으려 했지만, 당시 안기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의 `좋은 일은 알려야 한다`는 말씀에 가입식을 진행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묵묵한 기부도 좋지만, 기부동참을 주위로 확대하는 게 더 옳다고 생각했다. 김갑선 대표에게 가입을 권유한 점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갖고 있는 기부의 동력에 대해 물었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뿐만 아니라 꾸준히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기부 에너지`는 어디서 발현되는 것일까.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고, 뜻은 심오했다.

그는 "기부는 거창한 게 아니다. 1000원이라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주면 그게 곧 기부. 다시 말해 본인이 갖고 있는 것 중 일부분을 나눠주는 것이다"라며 "무엇인가 부족하고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태주면 되는 일. 봉사·기부활동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기부금액이나 횟수가 줄고 있지만, 금전적인 도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순수하게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기부는 봉사라는 큰 틀의 한 갈래다. 봉사단체 활동을 하면서 반찬을 만들거나 노인들의 말동무를 자처하는 이들을 보며 기부의 또 다른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됐다"며 "그분들은 직접 시간을 내고 허리를 굽혀 몸으로 기부를 하시는 분들. 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저소득 계층도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꿈꾸는 기부는 걸어온 길을 그대로 걷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을 그대로 이어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돕고, 다시 그들이 더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쳤으면 좋겠다는 게 한 대표의 소망이다.

그는 "매월 1만-2만 원 씩 기부하시는 분들이 많다. 적은 금액이라도 1명에서 10명이 되고 100명이 된다면 어려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부절차도 어렵지 않다.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이 커진다면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물론, 그들이 다시금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부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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