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건축계는 총괄건축가제도가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에 이어 각 시도들이 제도를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건축기본법에 근거한 민간전문가의 공공행정참여 제도로서 지자체의 각 부서가 통일성과 전문성 없이 추진하던 업무를 민간 건축전문가에게 맡겨 일관성 있는 방향제시와 컨트롤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좋은 사례로는 총괄건축가제도와는 조금 다르지만 경북 영주시를 예로 들 수 있다. 지방 중소도시 최초로 10년 전부터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하여 `도시건축관리단`을 만들어 공공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인구 11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보건소, 읍사무소, 경로당, 도서관, 수영장등의 공공 건축물들이 높은 수준으로 지어졌고 지어질 예정에 있으며, 이 성공사례는 각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필자는 국가의 공공건축정책에 이처럼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을 건축사로서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 지역의 건축사로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 아마도 총괄건축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의 건축가들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점 일 것이다. 바로 지역 건축가의 소외 또는 배제이다. 최근 부산의 경우 총괄건축가로 서울의 유명 건축가를 영입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물론 실력 있고 유명한 건축가를 임명하면 훌륭한 자문도 받고 전국적으로 지자체의 업적을 홍보하는 것도 용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에서 꿋꿋이 지역의 건축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실력 있는 교수나 건축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서운하고 자괴감이 들일이라 생각한다. 그들보다 스타건축가가 부산의 도시를 잘 이해하고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의 큰 공공건축 프로젝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건축가들을 불러 국제지명현상을 한 경우 서울의 건축가들은 서울시를 호되게 비판했었다. 왜 한국에 짓는 건축물 현상설계에서 한국의 건축가를 배제시키냐고 말이다. 이와 비숫한 불만을 이제 지역의 건축가들이 쏟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공공 건축물들이 좋은 평가를 못 받아 온 것이 건축가들의 실력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교수와 건축사들도 얼마든지 서울의 스타 건축가 못지않게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 한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건축적으로 멋지고 훌륭한 공공건축물이 주민들에게 반드시 좋은 평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그 지역에 밀착된 요구조건과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면 주민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건축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도 더욱 지역밀착형 실력 있는 건축가가 필요한 것이다. 우수 졸업생들을 서울에 다 빼앗기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건축가들에게 믿음과 힘을 실어주고 키워야 우수 인재의 서울 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곧 대전지역 공공건축물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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