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면허가 있으면 진로선택 방향은 다양하다. 임상 간호사, 보건교사, 간호직 공무원, 산업 간호사, 연구원, 의료 코디네이터, 해외 간호사 등 자신이 더욱더 관심 있는 쪽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이렇듯 간호사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조건이 있다. 필자와 같은 임상 간호사 경력이다. 어느 정도의 임상경험을 갖춰야 다른 간호·보건 관련 분야에서도 직무수행이 될 것으로 예견하는 것이다.
문득 취업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난다. 학과 공부를 하던 시절, 여러 실습 현장을 경험한 후 졸업 무렵이었다. 고민의 여지없이 필자는 임상 간호사를 꿈꿨다. 병원은 다양한 질병 케이스를 접할 수 있어 배운 것을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병원 내 여러 직업군과 함께 의논하며 일을 추진하는 선배 간호사를 통해 전문가의 모습을 봤다. 무엇보다 야간에 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흡사 엄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필자가 찾는 곳이었다. 바라던 대로 십 수 년째 이곳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간호는 `보다, 지켜보다, 돌보다`의 뜻을 가진 간(看)과 `보호하다, 지키다, 감시하다, 통솔하다`의 호(護)가 합성된 단어다. 이렇듯 간호에는 관찰(Observation)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상자를 향한 지속적인 관찰로 미묘한 변화도 알아차리는 것이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병실을 순회하던 중 침상에서 창백한 얼굴로 자고 있는 환자가 있었다. 다가가 보니 땀에 젖은 얼굴과 무력한 모습은 잠을 자는 모습이 아니었다. 즉시 혈당저하를 인지하고 응급처치를 해 정상으로 회복시켰던 기억이 난다.
환자를 찾거나 환자에 관해 물어오는 누군가의 소리가 들리면 어디선가 "네, 제 환자예요", "제가 담당 간호사예요" 라는 경쾌한 대답과 함께 맑은 눈동자로 나서는 새내기 간호사를 본다. 성심과 책임감으로 돌봄을 전하려는 태도는 여느 경력자 못지않다. 학과 임상 실습 때 만났던 낯이 익은 신규 간호사도 보인다. 그 시절 여유 있던 관찰자의 눈빛은 사라지고 어느새 책임감으로 눈빛이 빠르게 움직인다. 학생 간호사와 면허 간호사의 차이다. 여려 보이나 강한 봄 새싹 같다. 새내기 간호사들을 보며 과거 내 모습을 돌아본다. 우리 모두 돌봄의 미학을 실천해 병원에도 세상에도 봄기운 같은 따뜻함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선미 을지대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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