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이다. 시치미를 떼는 차가운 공기에 몸을 움츠리기도 하지만 살랑 지나가는 바람에서 봄이 곁에 있음을 느낀다. 봄은 병원 식구들에게도 왔다. 새내기 간호사들이 반가운 새싹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4년의 간호학과 프로그램을 마치고 대학 졸업 직전 `간호사 국가고시`를 합격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졸업과 별개로 면허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간호학과 학위 과정은 절대 녹록치 않다. 교양과목은 물론 간호사가 되기 위한 기초 학문과 전공, 그리고 교내 Lab 실습과 병원 임상 실습을 거쳐야 비로소 예비간호사로의 소양을 갖춰 졸업할 수 있다. 간호사의 길로 첫 발걸음을 뗀 새내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간호사 면허가 있으면 진로선택 방향은 다양하다. 임상 간호사, 보건교사, 간호직 공무원, 산업 간호사, 연구원, 의료 코디네이터, 해외 간호사 등 자신이 더욱더 관심 있는 쪽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이렇듯 간호사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조건이 있다. 필자와 같은 임상 간호사 경력이다. 어느 정도의 임상경험을 갖춰야 다른 간호·보건 관련 분야에서도 직무수행이 될 것으로 예견하는 것이다.

문득 취업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난다. 학과 공부를 하던 시절, 여러 실습 현장을 경험한 후 졸업 무렵이었다. 고민의 여지없이 필자는 임상 간호사를 꿈꿨다. 병원은 다양한 질병 케이스를 접할 수 있어 배운 것을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병원 내 여러 직업군과 함께 의논하며 일을 추진하는 선배 간호사를 통해 전문가의 모습을 봤다. 무엇보다 야간에 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흡사 엄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필자가 찾는 곳이었다. 바라던 대로 십 수 년째 이곳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간호는 `보다, 지켜보다, 돌보다`의 뜻을 가진 간(看)과 `보호하다, 지키다, 감시하다, 통솔하다`의 호(護)가 합성된 단어다. 이렇듯 간호에는 관찰(Observation)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상자를 향한 지속적인 관찰로 미묘한 변화도 알아차리는 것이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병실을 순회하던 중 침상에서 창백한 얼굴로 자고 있는 환자가 있었다. 다가가 보니 땀에 젖은 얼굴과 무력한 모습은 잠을 자는 모습이 아니었다. 즉시 혈당저하를 인지하고 응급처치를 해 정상으로 회복시켰던 기억이 난다.

환자를 찾거나 환자에 관해 물어오는 누군가의 소리가 들리면 어디선가 "네, 제 환자예요", "제가 담당 간호사예요" 라는 경쾌한 대답과 함께 맑은 눈동자로 나서는 새내기 간호사를 본다. 성심과 책임감으로 돌봄을 전하려는 태도는 여느 경력자 못지않다. 학과 임상 실습 때 만났던 낯이 익은 신규 간호사도 보인다. 그 시절 여유 있던 관찰자의 눈빛은 사라지고 어느새 책임감으로 눈빛이 빠르게 움직인다. 학생 간호사와 면허 간호사의 차이다. 여려 보이나 강한 봄 새싹 같다. 새내기 간호사들을 보며 과거 내 모습을 돌아본다. 우리 모두 돌봄의 미학을 실천해 병원에도 세상에도 봄기운 같은 따뜻함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선미 을지대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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