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나이가 들어가면 마음의 깊이도 점차 성숙해지지만, 마냥 좋지 만은 않다. 몸에 원치 않는 변화나 질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에게는 주변에 말하기 어려운 질환이 있는데 바로 `요실금`이다. 요실금의 유병률은 숨기는 경우가 많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65세 이상 여성의 15-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기침이나 달리기, 줄넘기 등으로 갑작스럽게 복압이 늘어날 때 방광의 수축 없이 소변이 새는 `복압 요실금`이 가장 많다. 또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려워지고 화장실에 가기 전에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이 소변이 새는 `절박요실금`, 만성적 요막힘 상태나 무반사 방광과 같이 방광에 소변이 가득차 있는데 배변감각이 없어서 가득차 넘쳐 흘러나오는 `범람요실금`도 있다. 게다가 절박요실금과 복압요실금이 혼합된 `혼합요실금`도 있으며 간혹 파킨슨씨병, 알츠하이머 병 등 질환으로 뇌와 방광이 신호를 제대로 주고 받지 못해 방광 활동을 억제하거나 방광을 완전히 비우지 못할 수도 있다.

요약해보면 요실금은 방광과 골반주변 근육이 약해진 경우, 뇌와 방광의 신경 신호 이상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임신·출산과 폐경과 관련이 깊다. 임신, 출산중에는 자궁 밑에 방광을 압박해 방광근육 약화가 일어날 수 있고, 폐경시에는 복근 내의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방광의 위치가 바뀌어 괄약근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양방에서는 수술요법, 항콜린성/항무스카린성 약물, 항우울제, 여성호르몬 등 약물요법, 케겔운동이나 행동인지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한방에서도 방광 주변의 기능 저하에 초점 맞추는데, 이 부위의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점차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본다. 기혈의 흐름이 원래 부족한 허증(虛症)인지 다른 장부(臟腑)나 방광부근에서 울체가 생겨서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실증(實症)인지 크게 구별한다.

특히 허증은 노쇠와 관련해 고려해봐야 한다. 노쇠는 머리와 가장 먼 쪽인 다리부터 점차 진행해 위로 올라오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는데, 다리에서 방광, 골반, 허리까지 근육의 위축이 진행하면서 예전에 출산이나 폐경 등으로 약화된 방광이 더 약화되면서 요실금이 잘 나타나기 쉽다. 거꾸로 골반부와 다리의 근육이 붙고 혈류가 원활히 소통돼 노쇠됐던 조직이 회복된다면 자연히 요실금증상은 사라지기 쉽다.

이에 따라 한방에서는 간(肝)과 신(腎)이 하체와 방광 골반부 및 다리의 기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간신의 기능을 북돋아 호르몬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사물탕`, `육미지황원` 등 처방으로 허한 상태를 개선한다. 이밖에 뇌와 방광 신경 신호의 정상화와 하복부 및 하지의 순환를 위해 기해(氣海), 관원(關元)등 복부의 혈자리나 머리 요천추부, 손발의 경혈점에 증상에 맞는 침구치료는 필수적이다. 복부의 뜸이나 좌훈 등 온열치료도 방광이나 하복부의 흐름을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어떻게 치료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노쇠를 막는 것을 넘어서 회춘을 위한 스스로의 다리 운동이다. 지속적인 케겔 운동 같은 골반저근육강화가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만 평소 스쿼트 같은 허벅지, 다리운동을 충실히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노쇠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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