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룬드시는 인구 10만 명에 불과하지만 트램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9월 룬드 철도역에서 과학단지를 연결하는 5.5㎞의 개통을 앞두고 있다. 소도시인 룬드시가 트램도입을 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투자라고 반대가 많았지만, 건설을 강행한 이유는 바로 과학에 기반한 지역발전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방사광 가속기(MAX IV), 유럽파쇄중성자원(ESS), 이데온 과학지구, 메디콘 과학지구, 스칸디나비아 과학마을, 룬드 공대(LTH), 스코네 대학병원 등을 연결하는 트램 신설로 룬드시가 북유럽 최고의 과학도시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 단지 룬드시의 발전만이 아닌 스웨덴과 덴마크를 연결하는 외레순드 교량, 외레순드 철도, 코펜하겐 공항 등을 통한 교통연계성 확대로 초국경 거대도시권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룬드시는 외레순드 거대도시권의 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말뫼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국경을 넘어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대전·세종권은 과학기술 중심의 발전을 지원하고 융·복합 혁신에 기초한 발전전략을 펴기 위한 교통망 연계가 시급하다. 과학자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도시중심에 쉽게 접근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원활한 교통망을 구축해야 하며, 국제교류도 활발히 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 접근성도 중요하다. 21세기의 재기발랄한 인재들은 도시외곽의 고립된 생활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기술단지에 양질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문화, 쇼핑, 오락, 교육 등을 국제적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유치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제4차 산업 기반의 미래도시를 만들 수 있다.

대전시의 독자적 발전전략이 아닌 대전·세종권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전시 혼자만으로는 수도권에 대응할 만한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는 지방대도시의 발전전략은 실효성이 적다. 광역생활권을 긴밀히 연계하는 거대도시권 발전전략을 펴야 수도권의 독점체제를 약화시키고 지방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대전·세종권 도시간 경쟁이 아닌 연합동반성장 전략을 펴야 하며, 대도시권이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광역교통망 연계가 핵심과제이다.

대전 대덕특구에 약 2만 6000명, 세종국책연구단지에 약 3000명 등 거의 3만 명의 고급두뇌가 모여 있는 대전·세종지역은 혁신을 창출하는 거대도시권이 될 수 있다. 대전시 대덕특구,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청주시 생명과학단지의 원활한 교통연계를 통해 기술융합과 혁신에 기반한 세계적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산출하는 핵심지역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 지역은 지식경제의 중심이며 혁신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 인문계와 이공계 연구자간의 융·복합이 일어나 세계적 기업을 키울 수 있는 혁신을 할 수 있도록 교통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한다. 개별연구단지는 고립되어 있어 지금 이러한 잠재력이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세종지역의 지자체와 정부는 대덕의 과학자, 세종의 사회과학자, 오송의 생명과학자가 쉽게 만나 토론하고 기술사업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광역교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조선, 철강 등 거대산업의 국가경쟁력이 급격히 상실되고 있어, 대전·세종·청주권을 중심으로 한 혁신융합특구의 발전은 현 단계에서 한국의 가장 실효성이 있는 생존발전전략이다.

대전·세종권 지자체는 지난 3월 19일 정부가 신설한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는 수도권 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설립 목적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목적은 광역교통망 연계를 강화하여 대도시권의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경쟁력을 증대하는 것이다. 지역간 경쟁은 국경을 넘어 도시권간의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어 대전·세종권을 동아시아 거대도시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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