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들과 산악회를 만들어 지난해부터 2주에 한 번씩 서른 번 정도 산에 다녔다. 글로 만난 사람들이 문우인 동시에 산우가 됐다. 글은 머리로만 쓰는 게 아니고 어느 측면 육체의 노동이기에 규칙적인 운동은 글쓰기에 연료를 주입하는 일이다. 책상 앞을 벗어나 자연을 접하면 새로운 소재나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은 덤이다.

격주 토요일마다 일행 예닐곱이 속리산, 태백산, 설악산, 지리산 등 명산에 오른다. 요즘처럼 꽃소식이 들리는 시절에는 섬 산행도 가고, 바쁠 때는 가까운 계룡산, 식장산, 계족산을 찾는다. 어느 산을 가느냐보다 꾸준히 간다는 것, 벗들과 함께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러는 동안 기초체력이 좋아지고 끈기도 생겨 해발 1000m 고지를 6-7시간 걷는 것도 예삿일로 받아들이게 됐다.

첫 산행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계룡산 신원사에서 등운암까지 구간이었다. 1월의 숲길은 마른 낙엽 위에 쌓인 눈이 다져져 미끄러웠다. 미끄러질까 온몸에 힘을 주고 걸었다. 산행 내내 후미에 뒤처져 간신히 올라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길지도 않은 코스였는데 그저 중도포기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정도였다.

이제 제법 산 타는 맛을 알아가고 있다. 산행이 없는 주말엔 산에 가고 싶어 좀이 쑤신다. 혼자 보문산이라도 훌쩍 갔다 온다. 산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처음엔 빨리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였다.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 외엔 아무 생각 없었다. 요즘은 산길에 핀 작은 야생화, 능선의 기기묘묘한 바위들, 키 작은 주목들과 흰점박이 딱새를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 그것으로 좋다. 힘들어도 꾸준히 오른 덕에 알게 된 산행의 참맛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처음엔 막연하고 어려워 시도하는 것 자체에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한두 번 글을 쓴다고 금방 실력이 늘지도 않는다. 이렇게 쓰는 게 잘하는 것인지 불안해지고 조바심 날 때도 있다. 그래도 무엇을 가지고 쓸까, 첫 문장은 뭘로 할까, 무슨 말로 마무리할까 궁리하며 쓰다 보면, 쓴다는 것은 어느덧 습관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된다. 그러다 보면 잘 쓰게 되고, 잘 쓰게 되면 더 좋아진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이것이 산행과 글쓰기를 관통하는 경험학이다.

마기영(수필가, 대전시민대학 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