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행복하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11위인 것에 비하여 지난달 발표된 행복지수는 세계 54위에 해당한다는 것만 봐도 우리사회는 행복하지 못하다. 1999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불이 안되었으나 이제는 3만불에 이르고 있으니 이것만 보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최소한 세 배는 더 풍요로워 졌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과연 20년 전보다 세 배 정도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닌 것 같다. 오히려 IMF 금융위기가 있었던 20여 년 전의 우리 사회가 어쩌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였을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행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득 양극화일 것이다. 지난해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하위 20%의 소득과 상위 20%의 소득의 격차는 5.52배에 달한다고 한다. 하위에 해당하는 1분위와 2분위의 소득은 감소하고 상위에 해당하는 4, 5분위의 소득은 그 이상으로 증가되기도 하였다니,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소득의 양극화는 사회구성원 사이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키우게 하고,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게 할 것이다. 아무래도 행복감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경제적인 문제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서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소위 `촛불`과 `태극기`도 그러할 수 있다. 전임 대통령의 실정이 가져온 탄핵이라는 이슈가 많은 국민들을 촛불아래 모이게 했고, 어쩌면 그 반작용으로 일부가 태극기 세력으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태극기 세력이 이제 보수정치세력내에서 전보다 분명히 더 커진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결과에 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초래되는 우리 사회의 여론 분열 또는 여론의 양극화는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진영논리를 우선시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됨으로 사회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 매우 힘들어지게 한다.

수년전부터인가는 `남혐`이나 `여혐`이라는 용어가 새로이 만들어진 유행어가 되었다.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 성폭력 등이 문제화되고, 여성들이 가해남성에게 맞서는 것이 이슈화가 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미투운동은 대표적인 이러한 사례일 것이다. 그러다가 일부 여성이 남성혐오를 촉진하는 발언을 하게 되고, 다시 이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도 양극화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점점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서 두 집단이 극한 대결로 가는 상황에서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없다. 건강한 사회는 그래프로 따지자면 정규분포도와 같을 것이다. 즉,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들 중에 양극단적인 의견보다는 중간에 해당하는 의견이 훨씬 많은 정규분포곡선을 그리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최고의 부자와 극빈자가 모두 많은 사회보다는 중산층이 두툼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중간에 분포하는 집단을 늘리기 위하여서는 양극에 있는 집단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즉 상호이해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경제적 양극화를 막고 사회적인 합의를 위하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 순탄하게 운영되는 것 같지 않다. 민주노총은 참여하지도 않고 있고,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아직 제대로 합의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렵더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양극에 있는 집단이 가운데로 모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에 그래도 사회적인 합의로 희망의 빛을 보여준 것은 `광주형 일자리`다. 모두에게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우리는 난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 혼자만 행복하려고 해서는 어느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는 집단을 만들 때 우리는 진정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최병욱 한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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