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보니 나는 요즘 시대에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나도 끝났다. 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하지만 내 심장은 아직까지 움직이고, 낡아빠진 몸으로도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점점 못마땅하게 변하고 있다. 조그만 반딧불이 무수히 모여든 것 같은 불빛을 매달고 여기저기 서 있는 거대한 빌딩 속에서, 내가 모르는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그것으로 나는 살아간다. 하지만 곤란하다."

"갓난아기로 태어나 어른이 되었고, 아기를 낳아 기르고, 화내고 울고 고함치고 웃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며느리와 서로 으르렁거렸던 엄마와 모든 것을 잊어버린 엄마는 역시 같은 사람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한 작가가 있다. 1938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2년 `일곱 장의 잎-미키 다쿠 동화집`으로 아동문학가의 길에 들어섰다.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산문집 `죽는 게 뭐라고`도 펴냈다. 학문, 예술, 스포츠 분야에 공을 세운 이에게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상인 시주호쇼를 2003년 받았다. 2010년 72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 작가 `사노 요코`의 약력이다.

앞서 인용 글들은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판된 사노 요코의 책 `사는 게 뭐라고`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에서 사노 요코는 노화로 변하는 일상들을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기록하고 있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백가쟁명식 대책이 쏟아지지만 실효성은 의문. 사노 요코의 조언이 오히려 와 닿는다.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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