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뜨거운 감자 어떨지 할지 궁금

충남도청 공무원들이 말하는 3개의 뜨거운 감자가 있다. 내포신도시 혁신도시 지정, 평택-오송간 복복선의 천안 무정차, 공주보 해체가 바로 그것이다. 이 3개 현안은 정부와 충남도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보니 해결이 요원하다. 이해를 좁혀 절충점을 찾기 보다는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들 현안은 공교롭게도 몇 가지 비슷한 특징이 있다. 첫째 충남도민이나 충남도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고, 둘째 이해할 수 없는 정부 논리에 발목이 잡혀 있으며, 셋째 그럼 왜 하필 충청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하는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광역시·도는 모두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혁신도시가 있는데 대전과 충남만 제외돼 있다. 대전에는 이미 중앙 행정기관이 다수 위치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충남만 혁신도시에서 소외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충남을 혁신도시로 지정할 의지가 없는 듯 하다. 올초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마구 늘려 놓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고 말한 이낙연 총리의 말에서도 정부의 의지를 알 수 있다. 행간의 의미를 읽자면 되지도 않을 일인데 아예 나서지 말라는 뜻인지, 상황 판단 못하고 떼를 쓰고 있다는 말인지. 이 총리의 말은 두고 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른 광역시·도는 다 혁신도시가 있는데 왜 하필 충남만 안된다는 건지 알 길이 없다,

평택-오송 복복선의 `천안 패싱`도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가 예타면제 사업으로 평택-오송 복복선 건설을 하면서 천안아산역에 정차하지 않고 지하로 천안을 통과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이유인즉 천안아산역에는 지금도 정차하지 않는 열차가 많은데 지하역까지 만들면 경제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논리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지만 예타면제 사업은 상황이 좀 다르다. 지역별로 1-2개 SOC사업을 선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자체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이지 않는가.근본적으로 SOC사업의 정치적 결정이 문제지만, 특정 지역을 무시하는 정치적 결정은 더더욱 문제다. 왜 하필 충청도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구 100만 명을 넘는 천안·아산을 무정차로 통과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철도인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이런 일이 영남권이나 호남권에서 있었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다.

정부의 4대 강 보 처리 방침도 충청인들의 인내력을 시험하게 한다. 금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을 결정한 것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환경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농민들의 입장이 철저히 무시됐다.

공주보 주변의 농민들은 농업용수 부족을 이유로 공주보 철거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주보를 해체하면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 금강변의 지하수를 활용하는 농가들의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공주보 주변에서 오이, 딸기 등을 재배하는 시설농가들은 따뜻한 지하수를 이용해야만 연료비를 맞출 수 있다. 지하수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시설재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환경만 생각한 결과다. 환경부는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 사후약방문식으로 주민설명회와 지하수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니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사실 공주보를 해체한다고 한들 수질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강물은 흘러 흘러 금강 하둣둑까지 이르게 되고, 여기서 막히게 된다. 그런데 금강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강 하굿둑 해수유통 문제는 1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농업용수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은 함흥차사인데 공주보 해체는 속전속결로 발표를 했을까. 충청도를 너무 만만히 보는 게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그 많은 4대강 보 가운데 왜 하필 충청도일까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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