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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언어의 현실적 쓰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2019-03-28기사 편집 2019-03-28 08: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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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왔다. 아직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고, 꽃내음보다는 미세먼지가 코끝을 간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일렁이는 계절이다. 개인적으로 글쓰기에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단연코 봄이다. 그리고 완연한 봄보다는 봄을 막 느낄 수 있는 지금 정도의 시기가 딱 좋다. 추웠던 기억과 따뜻한 지금을 아울러 느낄 수 있음은 봄의 환희를 더욱 진하게 가져다준다. 그런 봄이 얼마 전부터는 그리 달갑지 않게 되었다.

이맘때면 과제로 인한 압박이 밀려온다. 봄을 음미하며 글을 적어낼 겨를 없이 학생들의 글쓰기 과제를 검토해야 한다. 그 또한 기쁨이라 하겠지만, 그것을 위한 과정은 만만치 않다. 학생들의 풋풋한 글을 고치다 보면 손봐야 할 여러 가지가 문제가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어휘의 의미를 조금 더 확인하지 않고 사용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피로 회복'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피로회복제' 하면 대부분이 떠올리는 제품의 광고에서 피로회복이라는 말은 여전히 힘있게 전파되고 있다. 그 광고에서는 '풀려야 할 것은 피로만이 아니다'라고 말하고선 이내 '피로 회복제'라며 광고를 하고 있으니 모순된 설명이 따로 없다. 피로회복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컴퓨터로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빨간 밑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틀린 말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피로 회복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국민참여형 사전인 우리말샘에서 피로 회복을 '몸에 쌓인 피로를 풀어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피로는 회복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해소되거나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어휘들을 의심 없이 쓰는 것은 우리가 입말(구어)로 사용하던 습관들을 그대로 글말(문어)로 옮겨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입말과 글말은 달리 사용해야 한다. 즉, 입말에서는 담화 상황에서의 효율을 위해 생략되는 성분이 많다. 여기에서 생략되는 성분은 문법적으로 허용된 이상의 것들을 포함한다. 그렇게 생략하다 보면 '피로가 풀려서 원기를 회복하다' 정도의 문장을 피로 회복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사용하는 말을 글로 적을 때는 잠깐의 시간을 들여 사전에서 찾아보는 정도의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과정도 걱정이 되는 것은 위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일부 어휘들이 사회적 의미, 현실 쓰임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안전사고'가 그러하다. '공장이나 공사장 등에서 안전 교육의 미비, 또는 부주의 따위로 일어나는 사고'의 뜻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으나, 올림말 자체로는 그 뜻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피로 회복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안전사고의 경우를 두고 본다면 이후 일은 장담하기 어렵다. 앞으로 현실 쓰임을 인정하여 사전에 올린다면 대체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우리가 쓰는 말에 현실적인 쓰임을 고려해야 함은 분명하다. '짜장면'을 인정하고, 부정적으로만 쓰던 '너무'도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였다. 대중들 또한 그러한 언어 사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피로 회복을 의심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쓰임이라는 것이 어떠한 선까지 인정이 되고 그렇지 않은지 즉, 사회적 의미를 용인하는 기준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심해보아야 할 것이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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