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외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틱낫한 지음·이현주 옮김)=종교지도자, 평화운동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틱낫한 스님의 산문집이다. 베트남에서의 어린시절, 출가, 전쟁과 망명 생활, 프랑스의 플럼빌리지 공동체 설립, 전 세계를 다니며 가르침을 펼치는 동안의 따뜻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특히 40여년간 망명인으로 살아야 했던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치유했던 솔직한 고백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장에서 사다 준 과자를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 화장실이 없어 풀숲에서 바나나 잎으로 휴지를 대신했던 사미승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행복할 조건은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광출판사·224쪽·1만5000원

◇로봇과 함께 살기(폴 뒤무셸·루이자 다미아노 지음, 박찬규 옮김)=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과 공존하게 될 미래의 사회 문제를 통찰하는 책이다. 소셜 로봇공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소셜 로봇들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될 때 인간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만약 로봇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고도로 지능화되는 단계에 이른다고 할때 누가 이들을 통제하고 윤리적,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을까? 저자는 기계인 로봇은 애초 마음이 없으며, 결국 인간인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셜 로봇공학의 발전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깊게 탐구하는데 더욱 밑거름이 될 거라고 말한다. 희담·264쪽·1만8900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지음·백시나 엮음)=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시의 주인공 윤동주 시인이 가장 존경했던 시인 백석의 시집이다. 백석은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월북시인 및 월북작가들이 해금돼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시인이다. 이번 시집은 그동안 출판된 백석 시집 중에서 가장 정확한 주석을 달고 있다. 백석이 사용했던 평안도 사투리 및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낯선 우리의 고유어에 대한 주석 뿐만 아니라 한자로 표기된 제목에 대해서도 각주에 덧붙였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발표한 시들로 별도의 장을 구성했으며, 백석의 동화시집 `집거네 네형제`에 나오는 동화시 전편을 수록했다. 매직하우스·368쪽·1만3800원

◇눈물들(파스칼 키냐르 지음·송의경 옮김)=인간과 우주에 대한 통찰,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글쓰기로 국내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현대 프랑스 문학사의 거목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이다. 신화나 역사에서 과소평가됐거나 망각된 인물을 끌어내 조명해온 키냐르는 이번에도 프랑크 왕국의 역사가 나타르와 사료에 단 한줄로 남은 그의 형제를 소환해 뼈대를 삼고, 역사·신화·전설·꿈을 시처럼 수놓아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장기를 다시 한번 발휘한다. 그는 작품 속에서 독서, 글쓰기, 음악, 회화, 춤, 자연의 관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태 이전의 세계에 접속하고자 했다. 역사상 첫 프랑스어 문서인 스트라스부르 조약을 기록한 니타르와 그의 쌍둥이 형 아르트니, 그들의 주변인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소설 눈물들은 언어를 사람처럼 하나의 주인공으로 삼아 키냐르가 평생 천착했던 주제인 옛날을 묘사한다. 문학과 지성사·272쪽·1만5000원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세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