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은 작품은 불태우는 '워크 버닝'전

사진 왼쪽부터 정의철 (붉은 얼굴) Acrylic, 117×91cm. 2019
정의철 (낯설다-7) Acrylic, 117×91cm. 2018
사진 왼쪽부터 정의철 (붉은 얼굴) Acrylic, 117×91cm. 2019 정의철 (낯설다-7) Acrylic, 117×91cm. 2018
전시기간 중 판매하지 못한 작품은 반드시 불태운다는 조건이 걸린 전시가 있다.

작품에 자신이 없으면 내놓을수 도 내 놓아서도 안될 만큼 잔인한 전시다.

`모 아니면 도`, 잘되면 `대박`, 망하면 `쪽박`인 이 기획전시의 타이틀은 `워크 버닝(Work Burning)`.

`워크 버닝`은 침체돼 있는 지역 미술계에 `불`을 지르는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류병학 독립큐레이터가 작명한 `워크 버닝전`은 내달 5일부터 5월 30일까지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동양장 BI에서 열린다. 김영호, 김해민 등 8명의 작가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오브제 등 23점이 `솔드 아웃` 되는것이 이 전시의 목표다.

타이틀부터 의미심장한 이번 기획전은 지난 2월 20일 지역에서 활동하는 4명의 작가와 유현주 미술평론가, 류병학 독립큐레이터의 대화 중에 나왔다. 충남대 예술대에 출강중인 정연민 작가가 `대전미술계에 불 질러 버리는 전시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류 큐레이터가 `워크 버닝 전`으로 답을 한 것이다.

버닝 전에 참가하는 첫번째 주인공은 김영호 목원대 교수다. 김 교수의 작업 `문명의 찌꺼기` 시리즈는 삼천교의 어느 고물상에서 찍은 사진 이미지와 페인팅을 중첩한 작품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쓰레기 더미속에 어느 화가의 그림도 폐기물로 처리중이다. 수많은 쓰레기 더미 위로 이 시대 예술가들의 작업이 창고의 재고품처럼 쌓여가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충남대에 출강하는 김희라 작가는 일상과 예술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거나 가로지르는 위트 넘치는 풍경을 그린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재료로 그의 손이 닿으면 통속적인 관념을 뒤집는 날카로운 해학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아티스트인 김해민의 설치작품 `RGB칵테일은` 실제 칵테일 잔에 투사된 15분짜리 비디오 이미지이다. 비디오의 평면성을 입체적 조각으로 전환시키는 테크놀로지의 치밀함과 탁월한 시각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오치규 충남대 교수가 선보인 `위험한 고양이` 는 작가의 자유분방 하면서도 섬세하게 짜여진 화면의 구성과 마티에르의 풍부한 붓질을 느낄 수 있다. 이주형 한남대 교수의 세가지 작업 AIRuTi(알루티), AcRaTa(아크라타), Fineart(파인아트)는 명확한 원소기호들로 이뤄진 이름들이다. 모두 ART라는 단어를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예술을 원소기호로 명확히 설명하려 하지만 여전히 불명확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오늘날 예술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허구영 목원대 조교수의 `건조한 사람을 위한 꽃 1, 2`, 최원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의 `제한된 풍경 #1, # 2를 통해 고독한 예술가의 수행과 벽의 재 발견을 이끌어 낸 이들의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또 배재대 출신인 정의철 작가의 `붉은 얼굴`은 일반적 유형의 표정이나 인상에서 벗어나 낯설게 하기를 통해 억압적 틀을 거부하고, 충남대에 출강하는 정연민 작가의 `선긋기`는 내면의 억압과 폭력에 대한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현주 미술평론가는 "이들 예술가들을 묶는 하나의 코드는 없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규정할 수 없고,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어떤 `반복적인 리듬-리토르넬로`가 있다"며 "

이들은 유머와 위트, 차이의 반복과 같은 전술로 탈 영토를 꿈꾸는 예술들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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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왼쪽부터 오치규 (찻잔 속의 물고기) 스틸에 도료, 각 300x300. 2018
오치규 (위험한 고양이) 캔버스에 아크릴, 700x700cm. 2019
오치규 (이쪽 저쪽ㅡ물고기) 스틸에 도료, 노랑 30cm 파랑 지름 60cm. 2017
그림 왼쪽부터 오치규 (찻잔 속의 물고기) 스틸에 도료, 각 300x300. 2018 오치규 (위험한 고양이) 캔버스에 아크릴, 700x700cm. 2019 오치규 (이쪽 저쪽ㅡ물고기) 스틸에 도료, 노랑 30cm 파랑 지름 60cm. 2017
그림 오른쪽부터  이주형 (AlRuTi) oil on paper, 100x70cm. 2019
이주형 (AcRaTa) oil on paper, 100x70cm. 2019
이주형 (Fineart) pencil on paper_29.7x42cm. 2018
그림 오른쪽부터 이주형 (AlRuTi) oil on paper, 100x70cm. 2019 이주형 (AcRaTa) oil on paper, 100x70cm. 2019 이주형 (Fineart) pencil on paper_29.7x42cm. 2018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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