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조명을 하면서 필자 스스로도 가끔 자문해보는 질문이 있다.

`무대조명이 기술인가, 예술인가?`라는 질문인데 요즘에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다수 관계자들은 필자를 아직도 구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요즘은 당연히 `예술`이라고 생각되고 있으니 말이다.

무대조명은 기술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에 관계없이 현재는 전체적으로 예술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면 내가 하고 있는 무대조명이 `예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만약 내가 만들고 있는 어느 특정한 장면의 조명에 왜 내가 조명을 이렇게 만들었나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다면 그 조명이 어떻게 비춰졌든지 간에 예술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즉, 만들어진 조명에 대해 조명을 하는 사람이 그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조명에 담당자의 창의적인 정신이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결국 그것은 그 나름만의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때문에 똑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의 느낌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누구에게는 영혼을 울리는 작품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구에게는 정말 쓰레기 같은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창작을 한 사람이 최소한 그 작품을 만든 이유에 대해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다면 그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관계없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 이유가 변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무대조명은 작업시간에 많이 쫓기는 분야이다. 막을 올리기까지의 과정 중 실제 작업시간에 많지 않고 대부분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이유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일단 무슨 장면이든지 만들어서 막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는 사실 이유가 아닌 핑계 또는 변명을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겠으나 이제는 이런 작업 시스템도 조금씩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공연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진정한 예술가가 되었을 때 그 공연이 더욱 더 빛나게 되지 않을까?

윤진영 무대조명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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