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추위를 뒤로하고 노란 산수유 꽃봉오리가 봄을 성큼 재촉하는 듯하다. 이제 갓 중학교 신입생이 된 우리 집 셋째는 아침마다 등교준비로 분주하다. 초등학교와는 다른 학교 규칙에 제 딴엔 살짝 긴장한 듯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머리카락도 단정하게 하고, 아직 어설픈 교복 옷맵시를 가다듬고 등굣길을 나서는 모습이 마냥 귀엽고 기특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또 한 학년씩 학년이 올라가는 새 학기가 될 때마다 아이든, 부모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와 "어떤 선생님, 어떤 친구일까?",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학업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라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전에는 없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낯선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설레고 기쁘지만 스스로도 모르게 스트레스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적응 장애를 `새 학기 증후군`이라고 한다. `새 학기 증후군`은 첫째,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둘째, 말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불편함이 친구를 때리거나 하는 공격성으로 나타난다. 셋째, 투정이 심해진다거나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퇴행하기도 한다. 넷째, 학교에서의 불안증세로 용변을 실수한다거나 심하면 등교 거부를 하게 되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가 별다른 질환 없이 자꾸 복통 증상을 호소한다면 어떤 간식을 먹는지 살펴보고 청량음료나 과자 등 영양이 적으면서 당도만 높은 음식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튀긴 음식, 찬 음료, 아이스크림 등 소화에 지장을 주는 음식도 제한해야 한다. 식사는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을 따뜻하게 먹도록 해야 하며,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요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 되면 가족과 떨어져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독립적 생활, 또래와 선생님과의 관계,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 숙제를 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 등 다양한 과제를 완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여러 능력이 발달하고 정서적으로 성장한다. 뇌도 이전보다 많은 역할을 한다. 학습·주의집중·작업·기억 등의 인지 기능, 충동 조절, 대인관계 형성, 정서적 공감 등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꺼번에 새로운 기능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매우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부적응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SNS 상에서 조사한 결과 입학에 대한 감성은 긍정 45%, 부정 31%, 졸업에 대한 감성은 긍정 66%, 부정 25%로 나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신학기 3월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가장 큰 시기이기에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아이의 학교생활과 행동 하나 하나를 살피고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또 적응기를 가져 새로운 환경과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아이를 칭찬해 주고, 실수와 자잘한 문제를 견디고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 주는 등 부모가 아이에게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믿음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른들도 새로운 일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듯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만물이 생동하는 3월에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새 학기 증후군`을 앓지 않고, 등굣길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신학기를 응원해 본다. 박미애(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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