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서며 일회용품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크게 부각됐다. 전세계적으로 일회용품과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전황은 그리 좋지 않다. 편리함에 중독된 인간이 일회용을 쉽사리 포기할 순 없다.

일회용품은 영어로 디스포저블(disposable)이다. 원래 `쓰고 버릴 수 있는`, `간단히 처분할 수 있는`의 뜻이다. 디스포저블 컵, 디스포저블 스트로우 따위로 쓰인다.

다음달부터 전국 대형마트 2000여 곳과 매장크기 165㎡이상 슈퍼마켓 1만 1000여 곳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할 수 없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만든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석 달 동안의 계도 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일회용 비닐봉투는 220억장에 달한다. 1인당 연간 400장씩 쓰는 셈이다. 일회용 비닐봉투가 분해돼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500년 이상이 걸린다. 한번 사용하면 평생을, 또 자자손손 비닐봉투의 폐해를 안고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비닐봉투가 전성기를 누려온 이유는 편리하기 때문이다. 빈 손으로 불쑥 장을 보러 가도 이것저것 물건을 담아올 수 있고 집에 와 따로 정리하지 않고 비닐봉투째 보관해도 된다. 특히 `디스포저블`하다는 게 매력적이다. 장을 보다 보면 봉투에 이것저것 묻을 수도 있는데 그냥 버리면 된다. 신경 쓸 일 많은 현대인들이다. 닦고 빨고 할 필요 없이 대충 구겨서 종량제 봉투에 넣고 나면 바로 로그아웃이다. 세상이 평화로와진다.

바닷거북 코에 박힌 빨대를 빼내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겠다고 마음 먹더라도 그 편리함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바뀐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경계심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일회용품과 전쟁은 국지전이다. 인류는 편리함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얼핏 보면 관련 없어 보이는 고용문제도 이 전쟁의 일부다. 파트타임, 비정규직, 적은 비용으로 사용하며 관리할 필요도 없고 용도가 없어지면 폐기해 버린다. 비닐봉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쓰고 버리는 노동력이 부메랑이 돼 사회 건강을 위협하고 결국 자신에게까지 해가 온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지방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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