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떠도는 몇가지 거짓말이 있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적 거짓말,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는 한국형 거짓말, `이 주사는 하나도 안 아프다`는 간호사의 공포제거 거짓말까지.

그리고 여기 한가지 거짓말이 더해질 참이다. `자기 나 사랑해?` 라고 묻는 부인의 질문에 `응`이라고 답변하는 20년차 부부의 거짓말까지.

지난 22일 오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 무대에 올려진 연극 `진실X거짓`은 `불편한 진실`과 `착한 거짓`이 맞닥뜨렸을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진실X거짓`은 같은 공간, 같은 이름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전혀 다른 두편의 연작으로 이뤄져 있다. 극중 동일하게 등장하는 4명은 부부이자 절친한 친구이면서 상대의 배우자와 각기 불륜을 저지르는 연인관계다. 알리스와 폴 부부를 중심으로 자신의 불륜 관계를 상대에 알릴지, 말지, 알린다면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하고 털어놓는 과정이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관객에게 추리할 시간도 주지않고 쉴틈없이 달리다가, `상대에게 이런식으로 복수하는 방법은 몰랐지?`라며 뒤통수를 때리는 식이다. 글의 짜임새와 촘촘한 대사, 미셸역을 맡은 김수현의 폭넓은 연기, `헉`소리가 나올만한 반전까지 `진실`편이 주는 임팩트는 강했다.

반면, 친구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진실을 말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거짓`편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와 늘어지는 전개로 연작의 단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알리스 역을 맡은 김정난의 짜증섞인 표정과 세침한 말투, `쌍 x`이라는 욕설도 찰지게 표현할 만큼 압도적인 연기를 한 반면 폴 역을 맡은 탤런트 이형철은 연극무대라는 낯선 환경에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 때문인지 상대와의 호흡이 부족하고 대사가 꼬이는 등 다소 아쉬운 연기를 보였다. 특히 알리스와 폴의 감정싸움은 마치 20년차 부부의 부부싸움을 장시간 지켜보는 것과 같이 피로감을 준데 이어 반전 역시 예상가능한 전개로 임팩트가 떨어졌다.

연극에서도 우리네 삶에서도 진실과 거짓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주어진 상황에 직구라는 진실을 던질것인지, 거짓이라는 변화구를 던질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다만 연극 속 대사처럼 `가끔은 모르는게 약이다. 그것이 인생의 지혜이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을 현실에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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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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