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가 누구예요?"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은 지난 17일 롯데와의 시범경기 2차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용규의 개막 전 극적 합류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되물었다.

이용규에 대한 실망감과 서운함, 섭섭함이 그대로 묻어난 한 마디였다.

전날 한화 구단은 트레이드 파문을 일으킨 이용규에게 육성군행을 통보했다. 이용규의 이탈로 올 시즌 한화의 구상이 흐트러졌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이용규가 육성군행을 통보받은 날 롯데와의 시범경기 1차전에 임하는 한화의 분위기는 달랐다. 특히 베테랑인 정근우와 송광민은 1회부터 더블 스틸을 시도하는 등 몸사리지 않는 투혼을 펼쳤다. 베테랑들의 치열함은 이용규 파문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서 한 감독은 이용규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15일 경기 전 덕아웃 인터뷰에서 이용규를 1번 타자로 기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짐작건대 이용규와의 면담 후 고민에서 나온 결정이었지 않았을까. 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같은 날 오후 이용규는 언론플레이를 했고 결국 정규시즌 개막 하루 전 무기한 참가 활동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자승자박의 결과다.

지난 1월 말 한화와 FA계약을 체결한 이용규가 왜 트레이드 요청을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추측만 난무하다. 심지어 이용규가 자신의 입장을 밝힐수록 `왜`에 대한 의문은 증폭된다. 한화 팬들은 유례없이 선수에게 등 돌렸다.

흔히 프로에서는 베테랑의 품격을 이야기한다. 베테랑의 존재 가치는 자신보다 팀을 위할 때 드러난다.

국가대표 2루수였던 정근우는 후배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줬다. 지난 시즌엔 외야수와 1루수로 뛰었고 올 시즌은 중견수로 또다시 보직을 옮겼다. 그럼에도 정근우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감독은 지난 시즌 신진과 베테랑을 가리지 않고 능력 위주의 기용을 했다. 부침도 있었지만 지난 10년 간 고인물처럼 팀을 잠식하고 있던 패배의식은 깨졌다.

이기(利己)는 베테랑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팀과 자신을 위해 변명 아닌 베테랑의 품격을 보일 때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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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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