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사람은 벼와 같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잡초와 같다. 배우지 않다가 훗날 담벼락을 보듯 마음이 답답해도 돌이킬 수는 없으리라.- 근학(勤學)`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가부좌를 틀고 큰 소리로 명심보감을 읽어봤다. 다산은 아침마다 소리 내 책을 읽고 생각에 기름칠을 하려고 노력했다. 말소리와 글쓰기는 의식에 기름칠을 하는 수단이다. 평소 인간은 오만가지 잡생각에 빠지지만 그 중 생각이 여물어 말과 글로 표출되는 것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언행일치라는 말처럼 이를 행동으로 옮겨 삶을 변화시킬 확률은 그 중에서도 또한 0.1%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의식을 주도하고 성취하는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겠다.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을 애써 구하려 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지식 그 자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전부를 기억하는 일이 어리석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지식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가공하고 변형하는 일에 능하다. 이는 곧 창의력이며 융합적 사고를 말한다. 그런데 20년 넘게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다 보면 교육의 세태에 따라 이러한 교육관에도 변화가 있음을 알겠다. 과거 주입식 교육이라 불리던 세대들은 지식의 총량을 측정하는 시험 문제를 잘 풀기 위해 암기에 중점을 두고 공부했다. 최근에는 모든 시험 문제가 이해와 적용,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창의와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우리는 때로 희망을 멀리서 찾는 버릇이 있다. 그러고는 간절히 찾고 나면 등잔 밑이 어두웠음을 뒤늦게 한탄한다.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를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가르치려 들면 그 길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중간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공적인 시스템도 다양하고 불완전한 인간에게는 일괄 적용이 불가능하다. 우주생성의 원리라 불리는 카오스와 프랙탈은 창의성 교육에 교훈을 준다. 카오스는 마치 내 머릿속, 혹은 인터넷의 정보망처럼 어지럽지만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 규칙과 질서를 부여하면 아름다워진다. 이를 우리의 정신에 옮겨보면 카오스는 자유로운 의식의 유영상태다. 의식은 그 자체로는 무의미하지만 생각의 모양을 만들고 규칙과 질서를 부여하면 의미와 가치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프랙탈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찾으려는 융합과 창의가 자리한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에게 있어 카오스와 프랙탈을 이어주는 가교가 바로 언어임을 알 수 있다.

언어는 그 탄생만으로도 무질서한 카오스에서 시작됐다. 사물에 이름을 짓고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하는 인간은 곧 어마어마한 언어의 성을 지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수십만 개의 단어들이 사전 속에서 잠들어 있다. 이 단어들은 스스로 생장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우리의 의식을 구성해나간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공기 중의 먼지처럼 불규칙하고 무의미하다. 단어는 구(句)가 되면서부터 의식을 담는 그릇이 된다. 구는 객관적 정보가 주관화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이다. 구(句)는 다시 단어와 합쳐져서 절(節)과 문장(文章)을 이룬다. 문장은 바로 생각이라는 의식의 본새를 이룬다. 문장은 대화와 글을 통해 이야기가 되고 전설이 되고 전통이 된다. 이처럼 문장은 일정한 형식과 구조를 이루며 반복되면서 하나의 역사와 스토리로 성장한다. 창의성은 바로 이러한 언어의 본질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왜 독서와 글쓰기, 토론하기를 습관화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여전히 언어를 몸으로 익혀야 하는지 모른다. 소리를 정확히 내어 읽고 쓰며 천자문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문장을 읽고 옮겨 적으며 생각의 그릇을 만들어 간 선조들의 지혜가 간절하다. 말과 글보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먼저 배우는 우리 시대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 힘과 창의성을 길러줘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우리말과 글을 정확하게 말하고 읽고 바르게 쓸 줄 모르는 아이들이 설익은 채로 성인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왜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최근 문해력 교육과 글쓰기 교실에 열광하는 지 알만 하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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