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 해도 소용 없다는 말이다.

요즘 들어 방송에서 우리는 뒤늦은 국회 진상조사, 수년이 지나서 다시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뉴스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장자연 사건, 도가니 사건,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등이다.

사건 당시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해 때가 지나서야 다시 재수사에 들어가 사회를 혼란속에 빠지게 하고, 온 국민들은 더욱 국가를 불신하게 만들었다.

광주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참담한 실제 사건이 영화 도가니로 재조명 되면서 온 국민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교직원들이 청각 장애인 8명을 4년여 동안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사건이다. 사건 당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해 영화로 재조명 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국가인권위는 직권조사에 나섰고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와 국회에서도 진상조사에 나섰고 성폭력특별법 등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작 사건이 발생한지 수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뭘 하고 있다가 이제와 전방위적인 조사를 하냐며 비판했다.

문제는 경찰조사를 다시 받아야 했던 피해자와 가족들의 2차 피해였다. 그들은 신상이 드러나 살던 곳을 도망치듯 떠나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진상조사 방침이 나왔다. 2017년 모두 29명이 목숨을 잃은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10월 충북도 국감에서 행안위 바른미래당 권은희(광주광산을) 의원 등은 소방 지휘부 처벌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하며 사후 조치가 미흡하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참사 발생 1년 3개월여 만에 뒤늦게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시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도가니 사건처럼 다시 아픔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때늦은 국회의 진상조사가 자칫 후속 조치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이미 죽고 싶을 만큼 사건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국가와 국회, 경찰, 자치단체는 사건 발생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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