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어디 좀 피할 만한 곳이 없을까? 문득 한 곳이 떠오르니,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에 위치한 천년고찰 마곡사다.

마곡사는 조선시대 지리서인 `택리지`와 예언서인 `정감록`에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열 곳인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산이 겹겹인데 흐르는 물이 맑아, 왜적은 물론 미세먼지도 지나갈 것 같다.

마곡사는 다른 사찰과 사뭇 다르다. 첫째, 마곡사는 계곡을 경계로 둘로 나뉘어져 있다. 때문에 무심코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석탑이 있는 북원(北院)으로 향하게 되고, 되돌아 나오면서 비로소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남원(南院)을 만난다. 둘째, 부처님을 모신 건물이 대광보전, 대웅보전 두 동으로, 대광보전은 단층, 언덕 위 대웅보전은 2층 건물이다. 거기에다 대광보전의 부처님은 동편을, 대웅보전의 부처님은 남쪽을 보고 있다. 셋째는 탑이다.

여기서 잠시 탑의 역사를 살펴보자. 한․중․일의 전통 목조건축은 많이 닮았지만 돌로 지은 석조건축은 다르다. 불교가 전래되던 시기에는 석가모니 사리를 모신 탑이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었다. 인도에서 시작된 탑은 반구형의 무덤형태였으나, 중국을 거쳐 목조 누각, 즉 목탑이 되었다. 그런데 목탑은 화재에 약하고, 기울어지거나 무너지곤 했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벽돌로 탑을 만들었고, 한국은 질 좋은 돌로 석탑을 쌓았다. 그런데 국보, 보물로 지정된 183개의 석탑 가운데, 티베트의 흔적을 담은 탑이 있다.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일명 풍마동다보탑(風磨銅多寶塔)인데, 꼭대기에는 매우 특이한 청동장식이 있어, 탑의 조성시기를 원나라의 영향을 받았던 고려 후기로 추정되는 근거가 된다.

한편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는 일제의 눈을 피하여 마곡사에 머물렀다. 참으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찰이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마곡사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지천에서 울긋불긋 꽃들이 피어나는 지금, 마곡사의 풍광은 그 이야기만큼이나 풍성해지고 있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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