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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칼럼] 금강이 정권의 전리품인가

2019-03-21기사 편집 2019-03-20 18: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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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백제문화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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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만 년 전, 한 무리의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가 긴 여정을 마치고 금강 변에 군락을 이룬다. 사냥이나 식물채집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강가 여기저기 조개가 널려 있고, 물속에는 어른 팔뚝 만한 물고기가 헤엄쳤다. 여름에는 화덕을 움막 밖에, 겨울에는 실내에 마련할 만큼 풍요로웠다. 거북이나 새, 개와 같은 짐승상을 나타낸 돌 조각품이나 고래상을 새긴 흔적이 여유를 보여준다. 구석기 시대인의 터전으로 1990년 10월 대한민국 사적 제334호로 지정된 공주 석장리다.

#1987년 7월 13일 부여군 일원에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호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100㎜가 넘게 퍼부어 하루 강우량이 연간 절반 수준인 604mm에 달했다. 당시 왕포리 배수장 앞 제방이 불어난 백마강 물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군수리 일대는 처마 밑까지 물에 잠겼다. 사망 또는 실종자가 139명이나 되는 초대형 자연재해였다. 변변한 홍수예방시스템이 없었던 걸 보면 절 반 쯤은 인재(人災)였다.

천혜의 자연과 역사문화를 담고 있으면서도 금강처럼 재해에 시달린 강은 없었다. 한강(전두환 정권)이나 낙동강(TK 정권)이 '예산 폭탄'을 맞을 때도 개발이나 보존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마다 홍수와 가뭄이 되풀이되면서 구석기와 백제유적은 물론 강경의 근대문화유산이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농사는 하늘에 맡겨야 했다. 금강대홍수 30년을 넘긴 이명박 정부 들어서야 4대 강 사업에 포함돼 7조 원 규모의 '치수(治水)'가 이루어진 게 환경론자들의 주장대로 재앙이었을까.

두 차례 정권이 바뀐 오늘, 금강이 보(洑) 철거를 놓고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4대 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중 세종보와 죽산보를 철거하고, 공주보를 부분 철거하기로 하면서 농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백제보도 수문을 상시 개방하기로 해 유독 금강수계가 정책의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충청도가 우스우냐"라는 말이 터져나올 만큼 민심이 격앙됐건만 정부는 강행할 태세다. 안 그래도 4차례나 감사원 감사를 받은 사업이다. "기록적인 호우가 내리지 않아 4대 강 살리기의 효용을 보여주지 못한 게 MB(이명박)의 불행"이라는 자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성과나 문제를 온전히 검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멀쩡한 보를 뜯어내는 건 행정의 횡포다. 환경 평가의 신뢰성이나 주민 동의 여부도 그렇거니와 충청인의 생존권이 걸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일이다. 2015년, 100년 만이라는 충남지역의 최대 가뭄을 어떻게 해결했는 지 잊은 듯 하다. 당시 공주보-예당저수지, 백제보-보령댐 도수로를 통해 금강 물을 끌어다 서북부 지역을 해갈했다. 공주보를 없애 농업용수가 고갈되면 기우제라도 지낼 텐가.

4대 강을 적폐로 규정하고, 철거를 밀어붙이다 보니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4대 강 다른 보와 달리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도심 한복판에 설치된 세종보의 경우다. '물이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친환경 수중보를 건설했건만 하루 아침에 철거 대상으로 전락했으니 웃프다. 환경 보전이 전가의 보도라면 20년 가까이 해수 유통을 막아 수질을 악화시켜온 금강하굿둑부터 트는 게 순서다. 전북의 반대는 두렵고, 충남의 분노는 감당할 만하다는 건가.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의 폐해는 급속한 탈원전(脫原電)의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백 번 양보해 생태 개선 차원에서 철거가 불가피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수질과 경제성 등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증하는 게 순리다. 현지 주민 동의 같은 여론 수렴 절차를 무시해서는 민심이 더욱 사나워진다. 주민 반발이 격화되자 해체 여부를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로 넘겼다지만 이 정도 시간으로는 어림없다. 최소한 4계절 이상 철저히 모니터링 한 뒤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금강을 정권이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전리품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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